매일신문

본회의 이모저모

국회는 제203회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3일 밤 본회의를 열어 여당단독으로 쟁점법안인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노사정위법 및 추곡수매동의안 등 6개 안건을 9분만에 일사천리로 강행 처리했다.

이날 밤 여당의 강행처리 작전은 8시15분께 박준규(朴浚圭) 의장이 본회의장에 들어와 야당의원들이 진을 치고 있던 의장석 접근을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박의장은 야당의원들이 가로막아 의장석 접근이 어려워지자 자신의 의석으로 갔다가 10여분뒤 퇴장했다.

박 의장이 퇴장한 직후 김봉호(金琫鎬) 부의장이 자리에 앉아 메모를 보면서 기습처리 예행연습을 하는 것을 발견한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총무가 김 부의장을 향해 "가문에 날치기범으로 기록된다"며 비난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김 부의장석 쪽으로 몰려들었다.

김 부의장은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8시 32분께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장영달(張永達) 최재승(崔在昇) 김옥두(金玉斗)의원 등의 호위하에 즉석에서 핀 마이크로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그는 이어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 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안과 추곡수매가 동의안 등 2건을 상정한 뒤 "이의 없습니까"라고 묻고 여당의원들이 "이의 없다"고 답하자 곧바로 가결을 선포했다.

김 부의장은 또 노사정위원회법, 정부조직법 및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등 3개 안건을 일괄 상정, 처리하려 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의 있다"고 외치자, 지난 1월초 임시국회에서 이를 무시하고 통과시켜 문제가 됐던 점을 의식한듯 "이의가 있는 만큼 표결에 들어가겠다"고 기립표결을 실시하는 여유를 보였다.

이어 김 부의장은 3개 법안을 각각 표결에 부쳐 "찬성의원은 기립해달라"고 말한뒤 차례로 "재적의원 246명중 찬성 150, 반대 96으로 가결됐음을 선포한다"며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신영국(申榮國) 권오을(權五乙)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 한나라당의원 10여명이 고함을 지르며 김 부의장의 회의진행을 막기위해 달려드는 바람에 본회의장은 여야의원들의 고함과 몸싸움 등으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맹형규(孟亨奎) 의원 등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서류 더미를 김 부의장에게 집어던지는가 하면, 박원홍(朴源弘) 의원은 의장석 부근에 서서 "날치기다", "날봉호"라고 외쳤고, 김영선(金映宣)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김 부의장석 1m앞까지진입해 "그러지 말라"고 소리쳤다.

또 김문수 의원은 국민회의의 방어선이 허술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 의사봉 받침대를 '탈취'하기도 했으나 다시 장영달의원 등 국민회의 의원들에게 빼앗겼다.

이에 대해 여당의원들도 "욕하지 마라"(김옥두 의원) "역사가 평가할테니 걱정마라"(최재승 의원)며 맞받아쳤다.

김 부의장이 마지막으로 국회 정치개혁특위 시한을 6월말까지 연장하는 안건을 처리한 뒤 9분만인 8시 41분 산회를 선포하자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잘 먹고 잘 살아라"라는 야유가 터져나왔으나 의원들은 별다른 충돌없이 속속 의사당을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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