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교육감의 편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다시 한 번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을 뒤돌아 보십시요. 저들을 두고 어찌 교단을 떠나려 하십니까"

정년퇴직하는 교사들에게 바치는 아쉬움의 송사(頌辭)가 아니다. 김연철 대구시 교육감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들에게 눈물로 호소하는 편지의 한 부분. 고희를 바라보는 연로한 교육자가 무너져 가는 교단을 지키기 위해 쏟아내는 마지막 안간힘이었다.

대구에서 8월말로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는 초등 605명, 중등 348명 등 모두 953명. 그러나 당연 퇴직자 336명까지 감안하면 교원수급에 한계가 분명해 명예퇴직이 수용되는 경우는 학교수업의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

"교육부 발표대로 모두 수용해주고 싶지만 지역의 현실이 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많은 교사가 떠나고 더 많은 교사들이 떠나려고만 한다면 대구 교육은 누가 지킨단 말입니까"

김교육감은 교육부에서 교원들의 명퇴신청을 전원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예산문제에 대한 방침일 뿐 교원 수급에 관한 해결책은 담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명퇴 신청자 가운데 일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지역의 사정을 이해하고 마음을 추스려 다시 교육에 전념해달라고 호소했다.

지역 교육청 가운데 처음으로 교육감이 명퇴 신청자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교사들의 사기 추락과 이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한 김교육감의 고민이 그만큼 컸기 때문. 김교육감은 편지 한 통으로 읍소(泣訴)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를 당부했다.

"처음 교단에 설 때의 마음을 돌이켜 보십시요. 나라의 장래를 내 손으로 키워간다는 보람과 긍지를 되찾으십시요. 아이들의 미래는 여러분 손에 달려 있습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