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새벽 속초항에 도착한 민영미씨는 북한 장전항을 출발할 때와는 달리 긴장이 풀리면서 극도로 심신이 지쳐 귀환도중 실신을 반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들것에 실린 민씨는 검은색 티셔츠 차림이었으며 누런색 담요를 덮은 채 시종일관 눈을 감고 취재진의 질문에는 전혀 응답을 하지 못했다.
민씨의 서울행에는 민씨의 남편 송준기씨와 강릉병원 아산재단 정신과 전문의 이건훈씨가 동행했다.
현대상선 금강산 관광선 예인선 KC-31호 허상원(40) 선장은 " (북한 장전항에서)승선은 민씨 혼자 걸어서 했으나 운항도중 가족과 통화를 한 이후 갑자기 쓰러져 실신했다 깨어나는 상태가 반복됐다" 고 말했다.
허선장은 " 민씨의 실신은 긴장이 완화되면서 일어난 것 같다" 고 설명했다.
허 선장은 이밖에 " 속초로 오는 도중 민씨는 180㎖짜리 우유 절반정도만 마셨을 뿐 아무 것도 마시지 못했다" 고 전했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민영미(閔泳美.35.여)씨의 대전 친정 가족 일부는 26일 아침까지 민씨의 건강을 걱정하며 밤을 꼬박새웠다.
영미씨의 아버지 영호(英浩.74)씨와 다섯째 오빠 영선(泳善.40)씨, 첫째 올케 강명완(姜明完.44) 씨 등은 이날 오전 1시 30분쯤 영미씨가 속초항에 도착, 30여분뒤 들것에 실린 채 하선하는 모습이 TV에 비치자 당초의 반가움을 뒷전으로 한 채 불안에 휩싸였다.
이들은 이후 영선씨가 영미씨를 따라 서울 중앙병원까지 이동하고 있던 셋째 오빠 영순(泳旬.47)씨에게 5, 6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 후송상황과 언제쯤 영미를 직접 만날 수 있는지 등을 물었으나 명확한 대답을 듣지 못하자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이른 오전부터 TV 앞에 앉아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가족들은 또 오전 7시 30분쯤 영순씨와 동행한 영미씨의 바로 아래 동생 영천(泳千.33)씨로부터 " 방금 병원에 입원한 누나를 만나봤는데 말도 잘 하고 건강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다" 는 전화를 받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통일부는 민씨 억류 이후 국민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석방발표를 두고 현대측에서 먼저 흘러나가는 것을 막는데 주력했다.
현대측에서 오후 5시 30분 석방설이 나오자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은 각 실.국장들을 집무실로 모은 후 대변인을 통해 " 민씨의 석방이 임박했으며 확실한 것은 확인되는 대로 발표하겠다" 며 서둘러 석방 임박 사실을 발표했다.
통일부 대변인은 이 발표에 이어 오후 6시 15분 민씨가 현대측에 인도됐다고 밝히는 등 상황을 시간대별로 전달.
이에 따라 현대는 일체의 발표를 중단하고 모든 사실 확인 여부를 통일부 채널로 일원화했다.
○…통일부 당국자들은 민씨 억류문제가 예견했던대로 잘 풀리자 함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사태가 혹시나 베이징에서 열리는 남북 차관급회담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으나 잘 풀려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한 통일부 관계자는 " 오히려 이번 사태가 잘 마무리됨으로써 차관급회담에도 기대를 걸어볼만 할 것 같다" 며 남북 차관급회담 전망에 대해 낙관하기도 했다.
○…금강산관광 도중 북한에 억류됐던 민영미씨가 26일 오전 무사히 속초에 도착, 서울로 옮겨지자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았던 현대측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의 대북사업 전담사인 현대아산과 금강산관광 주관사인 현대상선 관계자들은 지난 25일 민씨 석방 소식에도 불구하고 민씨가 남측에 도착할 때까지 만약의 불상사에 대비, 26일 새벽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비상대기했다.
이날 오전 출근한 이들은 민씨 귀환에 따른 금강산관광 재개를 포함, 후속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여전히 분주하고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민씨 억류기간 보였던 긴장된 표정은 사라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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