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군 황룡면 아곡리에 특이한 비석이 하나 있다. 글씨 한 자 없이 반듯하게 깎은 빗돌이 지키고 있는 무덤의 주인은 조선조 성종~명종대의 문신 아곡 박수량. 그는 우참찬·호조판서·한성부 판윤 등 30여년 동안 고위관리 생활을 한 인물이었으나 변변한 집 한채를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청렴하였다.
게다가 사람됨이 신중하며 예법을 지키고 효성이 지극하여 백성의 귀감이 되었다. 박수량의 청렴함에 감동한 명종은 그가 죽자 서해의 암석에서 빗돌을 골라 하사하고 '청백함을 알면서 빗돌에 새삼 글씨를 새긴다는 것은 그의 이름에 누가 된다'며 아무 글도 새기지 못하게 했다. '내 무덤에 빗돌을 세우지 말라'고 했던 박수량이나 신하의 몸가짐을 가슴깊이 헤아렸던 명종 임금의 뜻이 함께 빛나는 고귀한 비석이다.
대형 사건마다 공직자들의 부당한 뒷거래·부하직원에 대한 압력·상납 등이 구린내를 풍기는 이 시대에는 진정 백비 하나 세워줄 청백리는 없는가. '공무원 사기진작 대책'까지 확정된 마당이니 한 번 기다려 볼까나.
(李忠熙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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