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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1995, 바라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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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빛과 흙빛이 가르는 여기와 저기. 시간이 멈출 듯 멈출 듯 영원으로 흐른다. 아니 멈췄다고 생각하고, 흐른다고 믿는다. 시간은 갠지스에서 '영원을 향한 멈춰진 시간'이다.

허공에 뜬 커다란 날개처럼 육신은 찰나와 억겁의 언저리에서 망설인다. 아니 망설임마저 까마득히 잊어버린 상태, 경허(鏡虛)는 '세여청산하자시(世與靑山何者是)'라고 했다. 세속과 청산은 어느 것이 옳은가. 누런 강물에 떠 있는 삶의 그림자 그리고 구름. 갠지스는 청산과 세속을 가르는 경계다. 이 몸에서 저 몸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예비한 거대한 그릇이다.

그들은 굶주림과 목마름, 육신의 병을 안다.

피안은 둘이 아니요, 마음속 깊숙이 병처럼 잠들어 있음을 안다. 그래서 몸을 던지고 씻김을 한다. 두꺼운 속세의 때와 번뇌를 씻어버림은 영혼을 향한 축제이자 '삼사라(輪廻)'를 향한 발걸음. 강물은 말없이 흐른다. 그저 '던짐'을 받아들일 뿐. 아무도 모른다. 탁한 물빛 만큼이나 그 물이 갖는 '깊이'가 어떠함을 모른다. 인간의 병이 깊었을때 갠지스는 비로소 우리 몸에 와닿는다.

인도 바라나시(Varanasi) 그 해 여름날의 풍경. 만물이 성장하는 여름 이야기는 이미 쇠락한 겨울의 삶을 엿보게 한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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