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장 식당 맞은편 정원에 조그마한 연못이 있다. 오랜만에 연못 청소를 하다 보니 작은 메기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한 직원이 낚시로 잡은 물고기들을 여기에 넣어 키웠는데 붕어들은 다 죽어버리고 메기 한마리만 살아 남은 모양이었다.반년이 넘도록 물을 갈아주지 않고 청소도 하지 않아 오염됐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은 메기가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물을 갈고 깨끗하게 가다듬은 연못에 홀로 있는 메기가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궁리 끝에 비단잉어 새끼 일곱 마리를 가게에 가서 사와 함께 어우러져 살도록 넣어 주었다. 그 이후 잉어들은 자유롭게 헤엄치고 다니는데 메기는 외톨이로 바닥의 돌 밑에 박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며칠 뒤, 메기는 생기를 찾았는지 재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 꼬리를 치는 힘도 예사롭지는 않았다. 그런데 문득 이 힘이 넘치는 메기가 잉어를 잡아먹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겨 아침마다 새끼 잉어들이 제대로 자라는지 확인하곤 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아침에는 빨간 새끼 한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메기의 소행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문득 메기가 미워지고 죽은 잉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한 직원의 권고에 따라 이 연못에서 퇴출하기로 마음먹게 됐다. 공장에서 키우는 오리의 밥으로 줄까 하는 등 다른 생각도 해보다가 양동이에 담에 차에 싣고 강가로 갔다. 요즘은 계속 내린 비로 흙탕물이 거칠게 흐르고 있었지만 양동이의 메기를 풀어주었다.
메기는 양동이에 강물이 들어오자 처음에는 잠시 멈칫했으나 여유있게 강물 깊숙이 미끄러져 갔다. 나는 공장으로 돌아오면서 메기가 제 세상을 만나 잘 살기를 바라면서 몇번이나 강 쪽으로 되돌아보기도 했다. 강물에 놓아주기를 잘 했구나 하는 뿌듯함 같은 것도 느꼈다.
이 하찮은 이야기를 늘어 놓은 까닭은 평소 세상을 살아가는 데도 여유와 화해, 작은 사랑을 실천에 옮기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느낌 때문이다. 이 느낌과 너그러움으로 모든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신천지 같은 강물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유영하고 있을 그 메기를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성악가·(주)대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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