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 급류타는 '2與 합당'

김종필(金鍾泌)총리의 합당 시사 발언에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이 곧바로 화답하고 나오는 등 양당 합당 논의가 급류를 타고 있다.

이대행은 17일 전날 김총리의 발언을 기다렸다는 듯 합당 찬성론을 펼쳤다. 이대행은 이날 저녁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나라미래준비모임' 초청 강연에서 "21세기를 앞두고 자민련과의 합당이 이뤄졌으면 한다"며 김총리 발언을 공개적으로 거들고 나섰다. 그는 더욱이 "자민련은 건전한 개혁적 보수세력으로 우리와 합당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동안 합당론과 관련해 쉬쉬하던 국민회의 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합당에 거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자민련을 의식해 말을 아껴 왔지만 김총리가 깃대를 들고 나온 마당에 이제 더이상 눈치를 볼 게 없다는 분위기다. 국민회의 의원들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김총리가 전날 합당과 관련해 "국가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다"며 "기다려 달라"고 하자 화제는 온통 합당 관련 내용이었다.

한 의원은 "JP는 내각제 포기선언을 할때도 국가 차원에서 생각했다고 말했다"며 김총리 발언을 합당과 바로 연결시켰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JP총재론'까지 거론했다. "잘 모실 준비가 돼 있다"며 "총재에 걸맞은 지분이 보장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이같은 국민회의 내 분위기와는 달리 자민련은 자못 착잡하다. 대표적인 합당 반대론자들인 충청권은 물론 영남권 의원들도 합당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굴러갈 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양희대변인은 "김총리 발언을 합당 시사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며 언론보도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JP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김용환 전수석부총재 등 충청권 주변에서는 합당할 경우 10여명 정도는 잔류할 것이라고 장담하는 등 반발 기류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충청권 의원들은 물론 비충청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합당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당장 이들이 합당 여부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거취문제를 결정해 놓은 것 같지는 않다. 합당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는 데다 충청권의 경우 합당하더라도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경우 JP와 행동을 같이 할 의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영남권 의원들로 대표적인 합당론자인 박철언부총재도 "대통합을 향한 진전"이라면서도 "요망하는 대로 안될 경우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며 여운을 남기고 있을 정도다.

또 몇몇 중진 인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TK인사들도 "합당이 (내년 총선에)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고 있는 상황이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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