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의 장년이면 때로 부모 모시는 일과 자녀들과의 갈등에 한두번 멍하니 빈하늘 쳐다본 경험없는 사람이 없으리라. 두가지 일 모두 잘해야 본전일 뿐. 가장이랍시고 제법 소리를 가다듬어 주장을 펼치다 보면 기다리는 건 냉전 뿐이니 도무지 할법한 일이 아니다. '핫'인지 H.O.T인지 떼거지로 나와서 무대를 꺼져라 굴러대다 그중 하나가 빗물에 미끄러져 허리를 다쳤다고 대구의 여고생하나가 목숨을 끊었다. 한마디로 황당한 느낌이 들고 그의 부모들 심정을 생각하면 원통한 느낌이 대신 들기까지 한다. 왕왕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전문가들은 '기성세대는 이들의 경향을 건전하게 소화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근엄하게 진단하지만 사실은 그 진단이 그다지 피부에 와 닿지가 않는다. 아비·어미들은 가뜩이나 전에는 듣도보도 못한 해괴한 세월을 만나 허리한번 제대로 못 펴보는 터수에 자녀로 인해 영광은 커녕 평생을 안고 가야할 가슴속 무덤을 지녔으니 어찌 남의 일이런가. '장년 부모들의 경향을 발산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전문가 처방은 왜 없는지. 사망한 김양은 방송사 음악프로에 방영된 H.O.T 공연장면을 녹화하려다 부모로부터 핀잔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것이 자살을 부른 원인으로 이해하기는 정말 난해하다. 아버지 세대들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일까. 자아주체성을 망각한 일부 10대 청소년들의 '스타동일시 현상'이라지만 사실 그들에게 절절이 필요한 것중 하나는 가족공동체 의식일 것이다. 이것만 발휘됐어도 부모를, 사회를 이처럼 참담하게 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H.O.T를 좋아하는 걸 이해해 달라고 바란적 없다. 차라리 공부 못한다고 구박하지…'라고 쓴 망자(亡者)의 유서에서는 분명 그들 나름의 폐쇄된 세계가 온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불쌍한 건 부모요, 그들 세대지만 아들·딸들을 위해 또한번 마음을 열고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 보자.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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