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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한지 세어서 17년이 되었다. 그동안 나는 기억할 만한 사고 한 번 낸 적이 없다. 그러니까 나는 녹색면허도 소지한, 자랑스러운 운전자이자 시민인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내가 길을 찾아가는 놀라운 후각을 지녔다거나, 레이서급에 가까운 운전솜씨를 가졌다는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길을 찾는데 서툴며, 운전솜씨는 방어운전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 지각력을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내 자신을 운전해 오면서 나는, 길은 어디나 있다는 진부한 경구를 속속들이 깨달았다. 이를테면 그건 이런 식이다. 어느 장소에 가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걸 때, 나는 어느 길로 가리라고 미리 작정하지 않는다. 그건 내 자신이 워낙 도로사정에 어둡기 때문인건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길은 어디에나 뚫려 있다는 단순한 확신 때문이다. 하긴 어느 길로 가야지, 생각해 봤댔자 지하철 공사며, 전기배선 공사 등으로 길은 온통 벌집 쑤셔놓은 듯 정신 사납기 일쑤고-내가 죽은 후에도 길은 여전히 파헤쳐져 있겠지-혹은 가려운 데 피해 엉뚱한 데 긁는다고 그날따라 그 길이 막히는 불운을 자주 겪어온 터이기 때문이다.

차 안에 앉은 후 나는 내가 가야할 길을 차에 맡긴다. 결국 그건 내 자신에게 맡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방법은 언제나 옳았다. 차는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목적지까지 날 실어다 주었으니까.

내 삶도 그랬다. 나를 실어온 세월을 돌이켜 보면 나는 미래를 결정해야 했던 젊은 날에 연극배우가 되리라고 작정한 적이 없었다. 유명한 연극배우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은 더더구나 해본 적이 없다. 그건 내 의지와 무관한 일이었고, 나는 그냥 길 위에 나를 놓아두고 내 삶이 가는 대로 나를 맡겨 두었을 뿐이다. 무대 위에서 내가 옳다고 믿었던 연극적 이념에 나를 투신하는 것은 그 후의 일이었다.오늘도 막히는 길 위에서 나는 초조해 할 것 없다고 주문을 외운다. 서툰 기대와 해소될 길 없는 야심으로 내 자신을 조르지도 말자고. 왜냐하면 배가 항구에서 멀어지 듯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 주는대로 맡기면, 잠시 후 나는 반드시 어딘가에 도달해 있을테니까.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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