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0·21일에 한·일어업실무자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내년도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어획량과 입어조건을 협의하기 위하여 만났는데 일본측에서 중간수역의 자원을 공동관리하는 문제도 논의하자고 주장하여 결렬되었다. 일본측 EEZ내의 고기를 못잡는다고 해도 독도가 있는 중간수역을 공동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측 속셈인 것 같다. 고기를 못잡아 폐업하는 어민에게는 국가예산으로 보상한다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보상할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또 공동관리할 중간수역을 만들어 놓고 공동관리는 못한다고 하니 어쩌자는 것이냐. 작년 한·일회담에서 어업협정을 잘못하여 이 꼴이 되었으니 정말 딱한 이야기이다.
어업협정에서 중간수역을 설치하면 독도 영유권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학계에서 그토록 경고할 때는 "영토협정이 아니라 어업협정이므로 염려할 것이 없다"고 큰소리칠 때는 언제인가? 불과 1년전의 일이 아닌가?
작년 10월 대통령의 방일에 앞서 100명의 교수가 '한·일관계의 올바른 정립을 바라는 교수들의 의견과 정책제안'(대표 조동걸)에서 한·일회담의 신중한 처리를 건의한 바 있다. 그런데 신중은커녕 어업협정을 맺고 말았다. 국회비준이라도 막아야 한다고 교수 700명(대표 신용하)과 문화인 707명(대표 이만열 김경희)과 역사학자 333명(대표 강만길 정대경 윤병석 이만열 조동걸)이 비준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회는 무감각이었다. 그리하여 1999년 1월22일 새 어업협정이 발효되었다. 그때는 어민들도 일어나 금년 2월 23일 국회로 몰려가 "바다를 팔아 먹었다"고 격렬하게 시위를 했다. 그때사 표수에 민감한 국회의원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해양수산부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자 답변에 나선 장관의 말 가운데 "학자 중에 한·일어업협정에 반대한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하며…"라고 했다. 어떻게 3명인가. 정말 한심한 장관이고 국회의원이다.
그때도 독도문제는 안전하다고 했다. 그런데 1년도 안된 9월 21일에 문제가 되어 한·일어업실무자회의가 깨지고 말았다. 당초에 독도를 중간수역(공동수역)에 넣은 것이 잘못이라고 하니까 "대학의 C학점 같은 소리"라고 큰 소리를 치던 사람들이 왜 실무자회의는 파기했는가.
독도는 '삼국사기''세종지리지'를 보아도 분명히 한국의 영토다. 일본은 1904년 노일전쟁 와중에 '한일의정서'를 강제하는 한편 독도를 점령하고 국제적 절차를 밟기 위하여 1905년 2월 22일 독도를 관할한다는 시마네(島根)현에서 무인도 선점을 고시했다. 그래도 이의를 제기한 나라가 없었으므로 자기네 영토로 확정됐다고 했다. 그렇게 교활하게 점령한 독도이기 때문에 2차대전 직후 연합군사령부는 미국무성의 지시대로 일반명령(SCAPIN) 677호와 1033호로 독도를 한국땅이라고 명시했다.
그런데 잘못한 것은 이승만정부였다. 1951년 9월 6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체결될 때 일본의 로비로 한국 영토에서 독도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하였다. 그때 독도가 일본 영토로 넘어갈 뻔 했는데 영국·프랑스의 반대로 넘어가지는 않았으나 한국 영토의 표시에서 빠지고 말았다. 이승만은 부산피난 중에도 정권연장의 욕망에 빠져 영토가 날아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중에 다급해진 이승만이 이듬해 1월 18일에 평화선을 선포한 것이다. 억지놀음이었다. 다음에는 박정희정권이 군사쿠데타의 국제적 공인과 3억불 경제원조에 눈이 어두워 1965년 한·일협정때 그나마의 평화선도 묵묵히 철회하고 말았다.
오늘의 김대중-김종필 정권은 더없이 어정쩡한 어업협정을 맺었다. 독도 바다에 중간수역을 만들어 독도가 공동관리어장 속에 놓이게 했다. 일본측에서는 죽도(독도)를 찾을 기회가 왔다고 외교만세를 불렀다. 결국 독도에 전운이 감돌게 만든 신어업협정이라 할 것이다. 독도의 외로운 운명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민대 명예교수·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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