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회관에서 두산 오거리까지 그리 길지 않은 우리 회사 앞 길은, 특이하게 길 가운데 있는 가로수 때문에 지나다니는 것이 즐겁다. 새 봄에 잎이 막 돋아날 때도 좋고, 한 겨울에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 놓고 있어도 쓸쓸해 보이지 않고,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요즘 같은 때는 더욱 좋다. 회사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도 창으로 내다보면 풍경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제 곧 겨울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우리 회사에 찾아오는 외지 손님들도 대구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이 길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 한다.
어느 자리에선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길이 만들어질 때의 시장님 이야기를 들었는데, 조경에 대한 관심도 많고 조경지식도 상당한 경지에 이른 분이라서 어떤 나무를 어떻게 배치해서 심는 것이 좋을지를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하나하나 챙겼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약간의 과장도 섞인 전설처럼 전해오는 이야기인지 어떤지는, 그 당시에 내가 대구에 살지도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른다. 어쨌거나 내가 전혀 모르는 어떤 분이 과거에 쏟으신 정성 덕분에 이 길을 지나다닐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간혹 이 이야기를 상기하면서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더러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물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작은 부분에 불과하고 그것도 혼자서 하는 것도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어떤 모습으로 남게될지 늘 걱정이 된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 멋이 나는 그런 수종을 제대로 골라낼 수 있는지, 적절하게 배치해서 심을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 있는지. 그러나 멀리 내다볼 것도 없이 나는 지금 내 앞가림이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가로수에 대해서 덧붙인다면, IMF가 오기 전에 딱 한번 그렇게 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더 생기면 해마다 연말에는 이 거리 양쪽 가로수에 크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예쁜 전구장식을 좀 했으면 좋겠다.
대구방송 FM제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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