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10월의 진돗개

전남 진도군이 기증한 진돗개(천연기념물 제53호) 한쌍이 필리핀 공군으로 떠나기 하루전 날인 지난달 21일 청와대의 진돗개 나리가 4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그 새끼를 안고 망중한을 보내는 대통령내외분의 모습이 오늘 여러 신문에 실렸다. 진돗개는 감각이 매우 예민하고 성질이 용맹스러워 그런게 예로부터 집안을 잘 지키고 사냥에도 적합한 명견으로 사랑을 받아온 이유다. ▲진돗개가 새끼를 4마리나 낳은 상징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지난달에는 우리들의 집 안방 구석구석까지 너무 엄청난 시련들이 몰아쳤다. 국정원 8국의 도·감청 의혹이 제기됐고 급기야 물고 늘어지며 여·야가 맞고소 사태를 빚었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정부의 언론장악 음모문건이 폭로돼 권력과 언론의 검은 뒷거래까지 불거졌다. 기자들이 요즘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정도다. 오죽하면 기자들이 권언유착 뿌리 뽑자는 자정 결의를 하지 않고는 못배길 처지였을까. ▲공교롭게도 고문의 제왕이라던 악명 높은 이근안전경감까지 제발로 뚜벅뚜벅 걸어 자수했다. 그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확 끼치고 머리끝이 선다. 왜 하필 이런 시기에 때 맞춘듯 자수했을까는 검찰의 조사를 통해 곧 알 수 있겠지만 자꾸 방정맞은 생각만 든다. ▲어저께 저녁에는 호프집에 불이 났다. 꽃다운 젊은 중고생 다수를 포함해 55명의 생명이 헛되이 삶을 앗겼다. 초원의 집 화재사고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재발하다니, 이틈에 지도층의 병역의혹은 또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 빈 구석이 너무 많이 생긴다. 그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4월만 잔인한 달이 아니다. 10월도 이제는 잔인한 달이다. 지난 95년 10월에는 박계동 당시 민주당의원이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 계좌를 폭로해 결국 전직 두 대통령이 구속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정한용의원(국민회의)이 YS 1천억원 비자금설을 내놓아 한때 국민들의 마음을 켕기게 했고 부산 냉장창고 사고로 27명이나 숨졌다. 10월에는 진돗개가 더 많은 새끼를 낳아야 될 일인가 보다.

김 채 한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