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들이/ 가을 볕에 뒤척이고 있다/ 젖어있던 등줄기 위로/ 별이 내려 앉는 저녁/ 휘어있던 풀이 새를 튕겨낸다/ 낯설지 않은 바람소리가/ 서있는 구름을 흥분시켜/ 딱딱하게 한다'(서정윤씨의 '행위 1' 중에서)
대구시립무용단의 제36회 정기공연 '아름다운 행위'의 밑그림이다. 최근 신작시집 '가끔 절망하면 황홀하다'를 펴낸 시인 서씨가 대본을 쓰고, 상임안무자 구본숙씨의 안무.장두이씨의 연출로 꾸미는 무대다. 인간의 무의식적 행위 속에서 아름다움의 정의를 모색하는 과정을 몸짓으로 보여준다는게 작품의도.
이번 작업의 중심테마는 현실과 미래라는 시간의 경계에서 몸부림치는 인간 군상이다. 서정윤씨의 시 '행위 1'과 '운문사에서' '정원의 역사' 등 세 편을 선명한 몸의 언어로 부각시켜낸다.
춤에 등장하는 인간들은 들풀이나 꽃잎 같은 연약한 존재로 나타나기도 하고, 미래를 향해 손을 벌리는 고뇌하는 인간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때론 산사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인생무상과 깨달음의 언저리를 헤매기도 한다. 신분상승을 꿈꾸는 인간사회를 정원에 비유해 적나라한 인간 본성을 그려낸 작업도 눈길을 끈다.
인간의 행위가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이 화두에 대해 시인은 이렇게 답한다. '희망이 무너진 꽃들은 이제 정원을 떠나고 싶었지만/ 아직고 과거 크고 화려했던 꽃/ 피우던 시절을 잊을 수 없어,/ 언젠가는 그런 날이 돌아올 것을 생각하며/ 작은 씨앗을 숨겨 두었다'('정원의 역사' 중에서). 완성을 향한 기다림은 아름다움이라고. 5일 오후 7시 대구문예회관 대극장무대. 053)606-6310.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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