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남대에 유물 기증 안영주여사

◈秋史 김정희서화 등 총 1천300여점 쾌척 시가 수백억원대"집안의 학문적 고향인 영남대에 선대의 모든 유물과 유품을 기증합니다"

3일 오전 영남대 박물관에서 열린 '오정·소정 컬렉션'에서 집안의 궤 속에서 수십년간 잠자던 서화류 등 귀중한 유물들을 대학에 내놓은 안영주(安英珠·72) 여사.

안여사의 이번 유물 기증은 자신과 영남대와의 뿌리깊은 인연에서 비롯됐다. 부친이 영남대의 전신인 구 대구대학의 설립자 중 한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영남대 가정대 학장을 지냈다. 부군도 구 대구대의 초대교수를 지냈으며 자신은 영남대 교수였다.

기증된 유물은 모두 1천300여점. 석제 서병오와 죽농 서동균의 작품을 비롯 추사 김정희, 석파 이하응(대원군) 등 우리나라 대표적 서화가들의 귀중한 작품들로 시가로 수백억원대에 이른다.

이 작품등은 대다수가 향토의 명사이자 문필가였던 안여사의 시조부 오정(梧庭) 이종면과 시아버지 소정(小庭) 이근상이 애장하던 것들이며 의상류와 약장·문갑·뒤주 등 각종 민구류들도 포함돼 있다.

유홍준 영남대 박물관장은 "구한말에서 일제시대에 이르는 양반가의 생활상과 미술·복식사, 민속학 연구에 활용될 귀중한 자료들"이라고 평가했다.

수천만원의 대학발전기금도 기탁해 온 안 여사는 1천여본의 벚나무 묘목을 기증, 민속원 옆 정수장 가는 오솔길을 영남대의 명물 벚꽃길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지난 73년 47세의 나이로 정든 대학을 떠나 팔공산 자락으로 들어간 안여사는 땀흘려 개간한 과수원을 포함한 6천여평의 땅을 모두 불교계에 기증하기도 했다.

좌절과 아픔을 딛고 큰 사랑을 실천해 온 삶이 알려지면서 지난 97년 자랑스런 한국인상과 대구·경북 시도민상 후보자로 추천됐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자신의 일이 세상에 알려지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는 안여사의 삶에 대해 소(小)를 버리고 대(大)를 얻은 것으로 평가한다.

趙珦來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