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여년 됐다. 극단 원각사가 '작은 사랑의 멜로디'를 대구 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했을 때.
조카가 유학생활중 빚을 지고 삼촌에게 돈을 얻는 장면에서 관객의 배꼽을 잡는 대사 실수가 벌어졌다.
삼촌 안달네시오역을 맡은 작고한 황철희씨.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자! 돈 여기 있다"라며 조카에게 건네 주는 것이 자연스런 순서. 그런데 주머니에 넣어 둔 돈이 없었다. "에..."하면서 뒤졌지만 모두 빈 주머니.
그것을 본 하인 뻬리꼬역의 김영철씨. 눈치를 채고 "주인님, 그럼 2층에서 수표책을 가져오죠"라고 애드립(즉흥연기). 이때까지는 무난했다.
그런데 뻬리꼬가 2층 계단을 올라갈 때, 삼촌의 바짓가랑이에서 돈이 떨어졌다. 돈을 무시하든가, 수표책을 가져오게 했어야 할 황철희씨. 돌연 큰 소리로 외친다"야! 영철아! 돈 여(기) 있다"
얼마나 급했으면 '뻬리꼬'를 '영철아'로, 그것도 사투리로 했을까. 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졌고, 황씨는 계면쩍은 모습으로 안절부절.
대사 도중 상대방 얼굴에 가래침이 튀거나, 남의 이름을 불러야 할 대목에서 자기 배역 이름을 부르는 실수도 부지기수다.
역시 작고한 연기자 이진수씨가 국립극단 공연 '순풍에 돛 달아라'에 출연했을 때다.
20~30여명의 출연자들이 일제히 혼자 "순풍에 돛 달아라"고 외치는 장면. 장난기가 유난히 심했던 이씨는 연습때부터 혼자 "순풍에 × 달아라"고 개사(改詞)해 외치곤 했다.
출연자들이 이씨를 골탕먹이기로 작당했다. "순풍에"까지만 하고 뒤는 침묵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 드디어 막이 오르고, 예의 그 장면.
국립극단 연기자들은 긴장 속에 "순풍에"까지만 하고 입을 막았다. 그러자 국립극장을 울리는 '고독한' 외침(?). "× 달아라∼"
일순 적막감. 곧 객석에서 "크크"하는 웃음이 들리더니, 이를 신호로 온 극장이 떠나갈 듯한 폭소가 뒤를 이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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