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진일가 신병처리 배경과 향후 수사전망

한진그룹 오너 3부자의 신병처리 문제가 조양호(趙亮鎬) 대한항공 회장만을 구속수사하고 조중훈(趙重勳) 한진그룹 회장과 조수호(趙秀鎬) 한진해운 사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조양호-수호 형제 동시구속이라는 '초강경카드'까지 점쳐쳤던 일부 예상을 깨고 검찰이 3부자중 '핵심'인 조양호 회장만을 구속대상으로 정한 것은 일단 사회정서상 직계가족의 동시 구속이 가혹하다는 여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수사관계자는 "탈세행위에 관한한 그 누구도 사법처리 대상에서 예외가 될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는 차원에서 조양호-수호 형제의 구속까지 검토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법 집행 관행이나 사회정서상 형제를 함께 구속하는 것이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번 조치는 이런 국민여론외에도 '잘못된 경영관행은 바로잡되, 기업은 살리겠다'는 정부 개혁방향과 궤도를 같이하려는 포석으로도 보인다.

즉 검찰의 단호한 처벌의지를 천명하는 것과 동시에 혹시 있을 지 모르는 기업경영 활동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대검의 고위간부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전횡을 일삼은 경영주를 퇴출하는 것이 중요하지 과거와 같이 '구속만이 능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며 "무작정 구속했다가 기업이 피해를 입으면 제대로된 검찰권 행사라고 볼 수 있겠느냐"고 언급,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여기에는 조양호 회장의 구속만으로도 이번 수사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는 포석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부친인 조중훈 회장으로부터 막대한 부(富)와 경영권을 대물림받아 부실경영을 해온 재벌2세의 '상징격'인 조 회장을 구속함으로써 향후 기업사정의 '본보기'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속되느냐 마느냐로 관심을 모았던 조수호 사장은 형인 조양호 회장의 구속이라는 가족관계 요인외에 구속될 경우 한진해운의 경영활동에 상당한 피해를 줄 우려가 높은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결론에 이르기까지 검찰내부적으로는 상당한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 대검차장등 검찰수뇌부는 이날 오전과 오후 수사팀을 수시로 불러 3부자의 신병처리 문제를 놓고 숙의했다는 후문이다.

일단 검찰이 조양호 회장만을 구속수사하는 선에서 수사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비자금 사용처 수사는 예상외로 강도높게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검찰주변에서는 정·관계 로비여부까지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어 '공'이 어디로 튈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관련, 검찰이 조씨 일가가 빼돌린 1천685억원의 행방에 대한 본격적인 계좌추적에 나설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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