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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 이몽룡은 실존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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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은 실화일까, 허구일까.

설성경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춘향전'의 이몽룡이 실존인물이라 주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설교수가 제시한 인물은 세차례의 암행어사 경험이 있고 이 중 두차례를 남원에 어사로 내려간 계서(溪西) 성이성(成以性. 1595-1664). 근거로 △남원부사의 아들 △부친(成安義)이 4년간 남원 부사를 지냈으며 △부친이 광주목사로 이직하던 당시 나이 16세 △16세에 장원 급제 △호남 암행어사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설교수는 성이성의 일기 '호남암행록'을 토대로 기녀(춘향)와의 사랑을 짐작하는 대목을 찾아냈다. 2차 암행시 남원을 찾은 성이성은 "마침내 광한루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늙은 기녀인 여진과 서리 강경남이 인사해 왔다. 날이 저물어 아전과 기생을 물리치고 광한루에 나와 앉았다. 거푸 소년 시절 일을 회상하고는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적고 있다.

설교수는 "광한루에서 늙은 기녀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은 옛날 사귀던 춘향 모델의 기생에 대한 후일담을 듣고자 한 것"이라고 파악했다.

또 성이성의 4대손 성섭(成涉)이 쓴 '필원산어(筆苑散語)'와 '교와문고(僑窩文稿)'에서 이몽룡의 암행어사 출두장면과 일치하는 성이성의 행적이 서술돼 있다. 걸인 행색의 암행어사 성이성이 호남 12개 읍 수령의 잔치에서 '술잔의 맛 난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소반의 기름진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 농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진다'는 시를 써 관리들을 혼비백산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기록은 당시 내놓고 말 할 수 없었던 성이성의 소년 시절의 로맨스를 생략한 채 어사로서의 행적만 적었다는 것이다.

원전의 시대적 배경인 1600년대 초 남원부사 11명을 조사한 결과 선정(善政)을 베풀며 4년간 재임한 경우는 성이성의 부친 성안의 뿐이며 성이성의 나이와 행적이 이몽룡과 일치하는 것도 실존인물임을 입증하는 대목. 춘향의 성씨인 '성(成)'은 성이성에서 전이된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나 역대 남원부사 중 변씨성을 가진 이가 없어 '악행의 대명사'로 통하던 변사또는 허구의 인물로 밝혀졌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춘향전의 모델에 대해 '실존인물설'과 '가공인물설'이 양대 산맥을 이뤄왔다. 중.고등 교육에서는 '근원설화설'을 택해 사실상 허구로 간주돼 왔다. 이몽룡이 실존인물이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설교수는 "한국 고전의 최고 작품인 '춘향전'의 인물은 실존과 가상인물이 복합적 모델로 성립된 것"으로 "특히 그것이 경상도(성이성의 고향은 경남 창녕) 사나이와 전라도 여인의 러브스토리였다는 것에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설교수의 연구는 오는 23일 오후 2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시청각실에서 열리는 '춘향전의 원류를 찾는 설성경의 역사 여행'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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