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짓말 게임' 계속 끊어진 '자매의 정'

옷로비 특검팀의 수사망이 점차 죄어들자 당시 라스포사에 동행했던 사건관련자들의 '동맹관계'가 사실상 와해되고 있다.

장관급 부인 봉사모임인 '수요봉사회'를 통해 연정희(延貞姬)·배정숙(裵貞淑)씨와 '자매의 정'을 나눠온 김정길(金正吉) 청와대 정무수석 부인 이은혜(李恩惠)씨는 18일 특검조사후 "그들(연씨·배씨)이 거짓말을 해 할 수 없이 따라갔다"고 참담한듯 고백했다.

청문회때까지 '12월26일 라스포사 방문'을 유지했던 이씨와 연씨 사이의 '합의'가 지난 17일 '진술조작' 녹음테이프 공개를 계기로 깨져버린 것이다.

사실 지난 6월 검찰조사까지는 연-이-배씨 등 라스포사에 함께 갔던 5명의 부인들 사이에 굳건한 관계가 유지돼왔고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도 철저하게 연씨 편에 섰었다.

유일하게 이형자(李馨子)씨 자매 만이 이들과 달리 '12월19일'을 고집했었다.

그러나 동맹을 먼저 깨고 나온 것은 배씨.

청문회 첫 날인 지난 8월23일 배씨는 "12월19일 라스포사에 갔다"고 검찰진술을 일거에 뒤집은 뒤 "연씨가 1월7일 포천기도원에 갈 때 코트를 걸쳤다고 들었다","연씨가 나나부띠크에서 샀다 반품한 니트코트는 250만원이 아니라 1장(1천만원)이라고 들었다"는 등 연씨 진술을 모조리 뒤집었다.

검찰 수사로 자신만 기소되고 연-정씨만 빠져나간 불만을 여지없이 표출한 셈이다두번째 '반란'은 지난달 7일 출판기념회에서 연씨의 위증을 폭로한 작가 전옥경(全玉敬)씨.

전씨는 "연씨가 12월19일 내 차를 타고 떠났고 당시 라스포사에 정 사장이 없었다고 한 증언은 거짓"이라고 폭로했다.

전씨는 '여자는 반란을 꿈꾼다'라는 자신의 책에 "지난 1월 사직동팀 내사를 받고 나오자 연씨가 전화를 걸어와 '섭섭하다'고 했다"는 얘기까지 쓸 정도로 연씨와는 틀어져 버렸다.

청문회 4자 대질에서 이형자씨 자매와 맞섰던 연-정씨 간의 동맹도 깨졌다.

연씨는 최근 특검조사에서 "정씨가 구속된다면 모든 걸 털어 놓겠다"고 심경을 토로했고, 정씨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연씨가 청문회 하루 전 말을 맞추자고 전화했다"고 폭로하는 등 둘의 관계는 적대적으로 돌변했다.

단 배정숙·정일순·연정희씨와 이형자씨 자매 간에는 여전히 '전선'(戰線)이 형성돼 있어 배씨 등이 다시 동맹관계로 맺어질 여지도 남겨두고 있다.

정씨와 배씨측은 최근에도 "세자매(이형자·영기·형기)의 농간에 놀아났다"며 강도높은 비난을 계속하고 있고 연씨와 이씨 자매는 사건 발생때부터 틀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라스포사를 무대로 맺어진 이들 부인들 사이의 관계는 '거짓말 게임'으로 이어져온 이번 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중요한 정황증거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통화 녹음테이프에서 밝혀진 대로 청문회 직전까지 연씨 편에 서기로 합의했던 배씨가 막상 청문회에 나와서는 돌변해 버린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관련, 특검팀 관계자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배씨의 심경변화 이면에 뭔가 또다른 계기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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