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씨 '문건' 공개 배경

강인덕(康仁德) 전 통일부 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측이 사직동팀 보고서로 의심되는 문건을 갑자기 공개한 것은 왜일까.

배씨 변호인인 박태범(朴泰範) 변호사는 22일 특검팀 사무실에서 크게 3가지로 나뉘어져 있는 문건 12쪽을 전격 공개했다.

이 문건에 대해 박 변호사는 "특검팀이 사직동팀 최초 보고서로 추정된다고 밝힌 문건과 동일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밝혔지만 특검팀은 "우리 문건에도 '조사과 첩보'라고 써 있는 것 같더라"고 말해 동일 문건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특검팀이 확보한 문건이 배씨 사위집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데다 배씨측이 "연정희씨가 문건을 갖다준 때가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1월 21일 당시여서 딸쪽에서 갖고 있었다"고 말한 점은 이런 추정에 힘을 실어준다.

박 변호사는 그동안 이번 사건 검찰조사 결과 유일하게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배씨의 공판에서 "배씨의 결백을 밝힐 만한 물증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나 특검 실시로 공판이 중단되면서 무산됐다.

따라서 이번 문건의 공개 결심은 특검의 수사진행 상황을 보던 가운데 공판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배씨측이 지난 6월 검찰수사에 불만을 표시한 이후 8월의 청문회에서 호피 무늬 반코트의 배달시점을 기존의 12월 26일에서 19일로 진술을 바꾼 것은 검찰수사로 굳어진 기존의 사실관계를 뒤집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이와 함께 연-배씨 등 관련자 사이도 금이 가기 시작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시작된 특검 조사를 통해 관련자간에 모종의 말맞추기가 있었다는 게 기정사실화되고 여론의 힘까지 얻자 배씨측은 숨겨둔 물증을 제시하는 카드를 내세움으로써 나름대로의 결백도 입증하고자 했던 의도로 보인다.

특히 이번 공개는 결과적으로 가끔씩 나돌던 '특검 견제설'에 맞불을 놓는 형태가 된 만큼 수사상황 일부 공표로 위기에 몰렸던 특검의 난처한 입장을 헤아린 배씨측에서 공개를 결심한 게 아니냐는 '사전교감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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