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金泰政) 전법무장관이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의 옷 로비 의혹 사건에 휘말린 끝에 24일 마침내 특별검사 앞에 선다.
자진출두 형식이기는 하지만 검찰총장, 법무장관을 지낸 그로서는 치욕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자진출두에 앞서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과 얽힌 불미스런 일로 검찰조직에 누를 끼치게 됐다는 생각 때문이다.
김씨는 출두를 하루 앞둔 23일 가장 힘든 하루를 보냈다.
사실 김 전장관은 부인 연씨가 이번 옷로비 의혹사건의 피해자인데도 '거짓말의 주역'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언론에 대한 불만을 주변에 토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특검수사 막판에 불거져 나온 '옷로비 문건' 유출의 장본인으로 지목되면서 스스로 진상을 밝히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는 이날 새벽 연씨와 함께 인근 교회에서 새벽 기도를 드리며 그릇된 오해는 풀고 잘못한 일은 솔직히 밝히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옷 로비 의혹을 둘러싸고 자신과 아내에게 쏠렸던 온갖 의혹들을 정리하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그에게 올해는 최악의 사건이 잇따른 불운한 해였다.
연씨가 연루된 옷 로비 스캔들이 잠복상태였던 올해 초 평검사들의 항명사태를 초래한 대전법조비리 사건이 터졌다.
후배검사들의 옷을 벗긴 뒤 국민들 앞에서 눈물과 함께 사과문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뒤이어 5월 옷 로비 의혹이 수면위로 급부상, 다시 그를 벼랑으로 몰았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에 힘입어 검찰총장에서 법무장관으로 영전했지만 '검찰이 파업을 유도했다'는 후배검사의 취중발언으로 취임 보름만에 낙마하고 말았다.
그 이후 파업유도 사건 검찰 수사때 후배검사에게 불려가 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었고 이어 열린 국회 청문회에 출석, 의원들의 매서운 추궁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아내 마저 검찰과 국회 청문회에 불려가 취조를 당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그를 잘아는 검찰 인사들은 그는 자신보다도 부인 연씨가 겪은 고통 때문에 더괴로워했다고 전하고 있다.
불과 2년여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던 그는 정권교체후에도 건재를 과시했지만 잇딴 악재로 언제 헤어날지 모르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검찰 조직 전체도 그와 함께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태정 전장관의 인생이 반전되는 것을 보면서 검찰의 위상이 함께 추락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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