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이 나라가 과연 진정한 법치국가인지 실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수 없다.

김태정 전법무장관은 왜 기자회견을 자청한 건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명색이 검찰의 총수를 지낸 사람이 사직동팀의 최초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을 본인이 부인 연정희씨에게 전한건 사실이지만 그게 어디서 나왔는지는 검찰의 명예를 위해 밝힐수 없다는 이런 말을 할수 있는건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김씨의 이런 태도는 '문건은 내가 아내에게 화가 치밀어 줬지만 출처는 밝힐수 없다. 그럼 어쩔래, 멋대로 해봐라'는 투로 법이고 뭐고 마구 무시해도 할수 없다는 식의 오만불손함까지 엿보이고 있다.

비록 이젠 낙마한 전직 검찰총장이지만 이런 행태로 국민을 우롱해도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단이 없다면 우리사회의 법정의는 과연 어떻게 되는건지 현 정권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사직동팀의 문건으로 추정되는 공문서가, 그것도 대통령과 영부인의 간접화법까지 거론된 극비문서가 청와대의 비서관에서 나왔든 어쨌든간에 검찰총장 손에 쥐어졌다가 여인네 등 이사람 저사람 손으로 마구 나돌고 있어도 그 실체조차 밝힐 수 없다면 우리의 공직체계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가. 이런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그걸 규제하고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없고 그 진상을 밝힐 수 없다면 과연 현 우리국가조직은 바르게 서 있으며 법치국가로서의 기본골격을 유지하고 있는건지 정말 혼란스럽고 걱정스럽다.

관련 청와대 비서관은 '절대 유출한 적이 없다'고 부인을 하고 그걸 밝혔던 특검은 '나도 그런사실을 말한 적 없다'고 하루만에 번복해 버리면 그만이라는 얘기인지 참으로 한심하다. 더욱 놀라운 건 이런 와중에 이번엔 옷로비와 관련,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직동팀의 '최종보고서'를 일부 언론에서 공개하면서 '축소·은폐'에다 허위보고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옷로비사건은 이젠 그 포커스가 '로비'에서 떠나 권력기관의 조직적인 축소·은폐·조작문제로 비화되면서 그 진위여부에 따라 자칫 정권의 존립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실로 우려된다.

이 문건도 역시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에게 전해졌다고 하고 그 '최초입수자'가 개인이라는 사실이다. 이건 우리의 정보망이 총체적 해체상태라는 걸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현 정권이 들어선지 2년이 안돼 청와대 극비문서가 개인손에 의해 유출됐다면 볼장다본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젠 대통령이 사건을 투명하게 밝히고 지위고하를 막론한 책임자를 문책하겠다는 천명의지를 구체적으로 구현해야 할 계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