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거짓말 정치 신물난다

국민이 느끼는 문민정부의 가장 큰 약점은 무지 였다면 국민의 정부의 약점은 거짓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정치에서는 거짓말이 너무 보편화되어 거짓말을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고 말바꾸기라고 부를 정도이다. 옷로비 청문회에서 보듯 일부 지도층인사들은 성경에 손을 얹고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거짓으로 인해 온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청와대마저 거짓말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옷로비문제를 둘러싼 박주선 청와대법무비서관의 거짓말이 그것이다. 특히 거짓의 범위가 최종보고서의 전달문제에 그치지 않고 옷로비자체를 축소 은폐하는 데 까지 확대된 것은 시민운동단체들이 주장하듯 국기(國基)를 흔드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지난 6월 김대중대통령이 참모들의 거짓보고로 인해 옷로비문제를 둘러싸고 소위'마녀사냥식'은 곤란하다고 말하는 등 민심을 잘못 읽은 실수를 범했음을 보아왔다. 청와대는 국가의 최고 정책들이 결정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이곳에서 거짓말이 있다면 엄청난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리고 전직 검찰총장등 소위 법을 지킨다는 사람들마저 거짓말에 익숙해져 있다면 이제 국민은 어디를 믿어야 하나.

그런 점에서 청와대의 거짓말은 결론이 난 것이 아니고 이제 사태의 시작이라고 본다. "검찰이고 정부고 간에 믿을 ×없다"는 국민의 분노를 결코 가벼이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당시로서는 사실상의 피의자나 다름없는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에게 이를 조사한 청와대가 사직동팀의 최종보고서를 건네주다니 말이 되는가. 이는 바로 '정의의 강'이 말라 버렸다는 반증인 것이다.

옷로비문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언론장악문건에서도 6.3재선거를 둘러싼 문제에서도 뻔히 보이는 문제를 괜히 어렵게 풀어가고 있다. 파업유도나 옷로비도 결국 상식대로 풀지않았기에 문제가 심각하게 꼬인 것이 아닌가. 손으로 얼굴을 가릴 수는 있어도 태양은 가릴 수 없음이 이번 일로 명백해 졌다. 순리로 푸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임을 국민의 정부는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프렌시스 후쿠야마는 신뢰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한국은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예언을 하고 있다. 그 이유가 바로 신뢰가 낮은 사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신뢰의 회복은 바로 우리경제를 바로 잡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치권과 청와대에서 마저 이렇게 거짓말이 횡행해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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