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연예술계에 탈 장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좁게는 '크로스오버(crossover)'라는 이름으로 음악 분야에서 시작됐던 이 풍조는 연극, 무용, 미술 등 예술 전 분야에 걸쳐 외국에서는 이미 광범위하게 유행하고 있는 문화현상. 뒤늦게나마 탈 장르화에 뛰어든 국내 예술계도 최근 공연계를 중심으로 예술행위 뿐만 아니라 예술공간의 벽까지 허무는 '의욕'을 보여주고 있다.가장 두드러진 변화의 주역은 세종문화회관. 10년 전 처음으로 대중가수 패티김과 이미자 콘서트를 유치, 공립공연장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놓고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으며 결국 대중가요 공연을 중단했었다. 그러나 올들어 H.O.T와 같은 청소년 인기그룹의 공연이 다시 이뤄진데 이어 영화 '용가리' 장기상영, 지난달 29일에는 코미디언 이주일씨에게까지 문을 열었다. 또 오는 19일에는 일본 록그룹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순수예술을 고집해왔던 예술의 전당도 최근 양희은·이문세·한영애 등 대중가수들의 공연을 토월극장, 자유소극장 등지에서 개최, 변화에 순응하는 모습. 순수예술계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오페라극장마저 오는 10일 조용필에게 공연을 허용했다.
예술인들 스스로 장르의 벽을 허물기 위한 시도는 이제 일반적인 것이 됐다. 지난 6월 연주복 대신 운동복을 입고 무대에 나서서 '눈물 젖은 두만강', '젊은 그대'를 연주했던 KBS 교향악단이 클래식의 '자존심'을 허물고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를 보여줬다면 지난달 16일 대구문예회관에서 미술과 무용이 동일한 주제로 펼친 '세기말의 풍향전'은 장르간의 벽을 허무는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예술계의 탈 장르 현상에 대한 시각은 두 가지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예술의 근원에 접근해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많지만, 세기말적 자기 해체 기류에 편승해 예술의 순수성을 훼손시킨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예술계에 거세게 불고 있는 '헤쳐 모여' 바람은 이미 어쩔 수 없는 주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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