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신평성당 '요셉의 집'

유치원생만한 작은 키에 굽은 다리, 팔이라곤 겨우 아이들 손바닥만한 연골무성장증 정숙자(30)씨.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말못하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김선미(26)씨. 절망밖에 없던 이들은 삶의 새로운 기쁨과 희망에 불타오르고 있다.

경북 구미 공단의 한쪽 끝에 자리잡은 구미 신평성당 부설 '요셉의 집'.

이들이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성화(聖畵) '이콘'을 제작하며 내일의 희망을 키워가는 삶의 현장이다.

이 사랑의 공동체는 그리스에서 이콘을 전공하고 아테네에서 성화를 그리던 이홍구(48)씨가 장애인 복지를 실천하려는 신평성당 전재천 주임신부의 뜻을 따라 이십여년 그곳 생활을 선뜻 접고 귀국하고, 프랑스에서 이콘을 공부한 석영숙(32)씨와 함께 본격적인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은 소방도로가 나면서 두동강난 신평본당 임은공소를 교구의 허락을 받아 장애우들의 이콘 제작장으로 꾸몄다. 가까이에 너댓명이 머물수 있는 16평짜리 조립식 숙소까지 세워서 우선 두명의 장애우를 받아들였다.

이들의 노력으로 이곳은 불과 1~2년 사이 장애우들이 직업재활을 꿈꾸는 공동 작업장으로 탈바꿈했다.

최근에는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정용남 할머니도 비탄에 잠겨있는 대신 장애우들의 어머니로 새 삶을 택해 이곳에서 식사 봉사를 하고 있어 활기를 더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사업을 돕고 싶어 귀국 결단을 내렸다"는 국내 첫 이콘 전문화가 이씨는 "이콘의 완성도는 그림 그리는 테크닉보다 기도하는 마음에 달렸다"고 말한다. 이씨는 "그래서 정상인보다 장애우들이 이콘을 더 잘 그릴 수 있다"며 석씨와 함께 장애우들에게 이콘 그리는 법을 즐겁게 가르친다.

박종한·박창도씨등 신평성당 자원봉사자들도 밤마다 이씨를 도와서 이콘 제작용 나무를 자르고, 삼베를 붙이고, 횟칠을 하며 제작 준비를 한다.

"열심히 그려 양로원에 계신 어머니와 증상이 심한 오빠를 돌보고 싶어요"

밥먹는 시간조차 아끼며 이콘을 그리는 정씨의 작품과 보통땐 꿈쩍도 않다가 마음 내키면 뛰어난 색감의 작품을 선보이는 김씨의 이콘 판매금은 전액 그들 앞으로 적립된다.

"이콘 성화가 국내에 별로 알려지지 않아서 오히려 더 자활의 꿈을 펼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신부는 "선천적·후천적 요인으로 급증하는 장애인의 직업 재활은 매우 중요하다. 이곳을 장애인 직업 재활학교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의 0546-463-0604.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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