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말 주식을 그만둬야겠다""큰일났다, 큰일났어"
주가가 사상 최대로 폭락, '공황'을 방불케 한 17일 대구시내 증권사 객장의 투자자들은 말 그대로 '공포'에 빠졌다. 투자자들은 "종합주가지수가 하루에 100포인트나 빠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주식시장이 정말로 붕괴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오후 2시 35분쯤 대구시 중구 남일동 LG투자증권 대구지점 객장. 주가지수가 699포인트선까지 추락, 지수 하락폭이 100포인트를 돌파(?)하자 일부 투자자들은 박수를 치거나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주식시장이 끝났네"란 탄성도 들렸다. 이순간 주식시세 전광판엔 7개 종목만 상승을 표시하는 빨간불이 켜져 있을 뿐 500여개에 이르는 종목은 일제히 하락을 알리는 녹색불이 들어와 있었다.
투자자 김모(52·대구시 중구 봉산동)씨는 "너무 기가 막혀 박수를 쳤다"며 "원금의 3분의 2나 까먹으니 마치 자동차에 치인 것처럼 정신을 못차리겠다"고 털어놨다. 한 투자자가 "내일은 반등하지 않을까"라고 묻자 다른 투자자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달려 있지 않느냐"고 답해 미국에서 촉발된 전세계적 증시폭락 현상을 원망하기도 했다.
인근에 있는 대우증권 대구지점도 주가 대폭락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흘러 넘쳤다. "오늘 같은 대폭락 장세에 안 깨진 투자자가 어디 있나요" "반토막은 고사하고 원금의 3분의 1이라도 건지면 다행이지요" "열받아 술이라도 한잔 하렵니다"는 등 투자자들의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객장 로비와 흡연실에는 허탈감을 달래려고 투자자들이 피우다 남긴 담배꽁초가 수북히 쌓였다.
주식시장의 대폭락에 당황스럽기는 증권사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증권맨'이 된지 15년째인 김봉환 동원증권 대구지점 금융종합팀장은 "장을 비관적으로 전망하긴 했지만 주가가 사상 최대로 폭락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금융실명제나 IMF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한 직원은 "오늘 주식시장은 얼마까지 주가가 폭락할 수 있는지 신기록에 '도전'하는 운동선수와 같았다"며 "하한가에라도 팔아달라는 투자자들의 전화공세에 하루가 정말로 길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 투자자들의 매도공세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자자들은 평소 사고 싶었던 주식을 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봉환 팀장은 "삼성전자, 한국통신, LG화학 등 내재가치 우량주를 중심으로 주식을 사는 투자자도 있다"고 귀띔했다. 주부 투자자 이모(46)씨는 "조만간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조금 샀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경기, 중기적으로는 수급,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에 영향을 받는다는 주식시장. 17일은 '미국발 직격탄'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공포심리'가 주식시장을 어느 정도까지 초토화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준 날로 증시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증시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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