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 미국 법무장관의 소신이 클린턴의 민주당 정권 재창출에 상당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세계의 주식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던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독점금지법 위반사건을 유죄로 이끌어 낸 소송의 주인공이 바로 여성 장관인 리노 법무였기 때문이다.
이 판결에 따라 마이크로 소프트사는 자칫 두개로 나눠져야 할 운명에 놓여있고 그에 따른 미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돼 주식값이 폭락하는 사태를 야기했었다. 대선 유권자의 약76%가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을 놓고 볼때 현 클린턴정부의 리노 법무장관은 고어후보의 인기를 정체상태로 몰아 결국 공화당에 이적행위를 한 셈이다.
◈소신장관…미국의힘
그래서 미국 월가에선 '리노 불황(不況)'이란 유행어가 생겨났고 클린턴이나 고어의 입장에선 리노 법무장관이 '눈엣가시'같은 골치덩어리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녀는 개의찮고 "아무리 미국경제에 중요한 기업이라해도 시장의 경쟁을 방해해선 안된다"는 소신을 조금도 굽힐줄 모른다. 물론 언론은 그녀의 '법대로'를 극구 칭찬하고 있다. 참으로 어지럽고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탱돼 나가는 힘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한 단면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정권을 한번 생각해본다. 한마디로 참으로 답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회창 총재에서 민국당의 김윤환씨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청와대에서 독대, 총선패배의 정국을 대화합의 분위기로 바꿔놓고 오는 6월의 남북정상회담에서 정국 주도권의 어떤 모티브를 찾으려 시간을 벌며 골몰하고 있는 판국에 느닷없는 악재가 잇따라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다름아닌 그의 가신(家臣)이나 참모들이 돌아가며 대통령을 돕기는 커녕 오히려 방해만 놓고있으니 억장이 무너질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투표일 며칠전에 발표하는 바람에 총선용이라고 비판을 받았던 남북정상회담의 속내가 이재정 민주당 정책위의장에 의해 돌출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느닷없이 '장기수 북송설'을 발설하는 바람에 회담자체의 정체성에까지 의심받게 되자 급기야 이해찬 의원으로 급히 교체해 봉합하는듯 했다.
◈연이은 가신들의 舌禍
뒤돌아서자 이번엔 느닷없이 재야 시민운동권 출신의 김성재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영남싹쓸이는 불의(不義), 호남싹쓸이는 정의(正義)'라는 해괴한 발언으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지역감정을 법으로라도 추방하겠다는 DJ의 소신이 과연 진의인지 의심이 가는 실언이자 정권의 신뢰성에도 흠집을 내는 설화(舌禍)로 치부되고 있다. 스스로 지역정권임을 표방하는 이런 말이 어째서 대통령비서관의 입에서 함부로 나오며 또 그게 그냥 입조심 채근으로 넘어갈 일인지 참으로 그전후 모두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급기야 "정권재창출을 못하면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소름끼치는 극언까지 대통령의 가신(家臣)이 터뜨리고 말았다. 만취한 주석(酒席)에서도 나올 수 없는 이런 막말들이 나오는 그 배경을 국민들은 이리저리 짐작하느라 혼란스럽다. 현정권에 말못할 엄청난 잘못이 있단 말인지, 그 반대인지, 정말 아리송하고 공포분위기까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권의 한켠에서 모종의 시나리오가 거대하게 진행중인 그 흔적의 일부가 튀어나온게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든다.
왜냐하면 '정권교체는 곧 죽음'이라는 등식이 도대체 '국민의 정부'라 자처하는 핵심층에서 나온게 '영남=불의, 호남=정의'라는 논리와 엇비슷하게 물려 있다는게 그 반증이기 때문이다.
◈나라에 충성하는 인재가 그립다
행정부를 보면 어떤가. '과외금지 위헌'이후 교육부의 대처가 현 집권당의 정책부재와 함께 우왕좌왕하는 모습에서 참 인재가 없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게다가 일국의 대사가 카지노 도박까지 했다니…. 이게 최근 불과 보름 남짓한 사이 대통령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래가지고는 정권 재창출은 커녕 남은 3년이나마 제대로 건사할지 먼저 걱정이 앞선다. 아직 경제도 불투명한데 말이다.
'대통령에게 큰절하는 어느 정치입문 386세대'의 보도사진을 보면서 미국의 법무장관처럼 나라에 충성을 다하는 인재들이 대통령 주변에 과연 얼마나 있는지 그게 궁금하다. 그리고 현 집권당은 김포공항에선 환대를 받고 미국땅에 도착한 이인제씨가 왜 현지교포의 계란세례 봉변을 당했는지 그 '바닥민심'을 찬찬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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