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낮 대구 북구 산격동 무태교 고수부지. 수십명의 낚시꾼이 시꺼먼 강물에 낚시대를 드리운채 고기잡이에 여념이 없었다.
며칠전부터 쏟아진 비로 물이 많이 불었어도 금호강은 여전히 깨끗하지 않았다. 회색빛 부유물이 둥둥 떠다녔고, 곳곳에서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예전보다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금호강이 '낙동강오염의 주범'이란 오명을 완전히 벗기는 어려워 보였다. 이곳에서부터 상류인 북구 노곡동 팔달교까지는 3급수인 오염지역. 그 강을 따라 1백명 가까운 낚시꾼들이 고기를 잡고 있었다.
팔달교 아래서 만난 유모(41,대구시 성서)씨는 "여기 물고기는 냄새가 나 먹지 못하고 잡는 대로 놓아 준다"며 "바로 앞에 3공단이 있어 오염 되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무태교다리 근처에서 포장마차를 하고 있는 임모(41. 북구 산격동)씨의 얘기는 달랐다. 그는 "매일 이곳에서 낚시꾼들로부터 헐값에 고기를 사들여 시장에 넘기거나 '붕어 엑기스'가게에 납품하는 업자가 몇명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기서 잡힌 물고기의 태반이 양식장이나 깨끗한 물에서 잡힌 것 처럼 '둔갑'해 팔리고 있다"면서 "시장매운탕집이나 노상에서 파는 민물고기의 50,60%는 금호강에서 잡힌 것"이라고 했다.
이 곳에서 잡힌 고기들의 상당수가 시민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였다.이곳의 전문 낚시꾼이 활동하는 때는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시간대. 이들은 '투망' '끌낚' 등 어구를 이용해 붕어, 잉어, 메기 등을 싹쓸이하고 있다. 한 낚시꾼은 "안동댐 등 깨끗한 물에서 잡은 물고기는 1관(3·75kg)에 1만원정도에 거래되지만 이곳에서 잡힌 고기는 5,6천원선에 시장 등에 팔린다"면서 "물고기의 식도를 떼어내고 마늘 등 양념을 해 요리하면 기름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무태교 인근에서 5년여동안 음식장사를 해온 김모(48)씨는 "물이 좀 더럽긴 해도 이곳 물고기를 먹고 탈이 난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전문가들은 오염된 하천의 물고기를 먹을 경우 중금속이 체내에 그대로 축적, 소화기관, 신장 등 장기에 만성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충고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유승원(53)회장은 "금호강 무태교에서 팔달교까지는 하천바닥에 퇴적된 중금속으로 인해 이곳에 사는 물고기도 중금속에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 "사람이 먹을 경우 당장은 괜찮을 수 있지만, 누적되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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