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의 계절이다.살을 파고드는 공포, 으스스한 비명, 온몸을 휘감는 핏줄기. 공포는 10대들의 트렌드가 됐다. 괴담 만화, 공포 유머, N세대를 겨냥한 호러영화….
마른 장마로 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올 여름은 공포열풍이 더욱 거세다.
"민달팽이는 소금을 뿌리면 그대로 녹아버리지. 난 장마가 싫어. 벌레가 너무 많이 기어나와""이 바보야 너는 원래 민달팽이야" 장마가 시작된 어느 날, 짖궂은 친구들이 뿌린 소금에 소녀는 진짜로 흐물흐물해지고 만다.
일본 호러 판타지 만화가 히노 히데시의 '공포 갤러리'. 썩어 문드러진 소년의 시체, 머리위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육식 식물, 뱃속에서 자라는 달팽이…. 히노 히데시의 작품들은 소년 소녀의 인체를 기묘하게 짜 맞추는 생리적 엽기로 공포심을 자극한다.
이토 준지의 '공포만화 콜렉션'. 살아 꿈틀대는 머리카락이 급기야 살을 파고든다. 얼굴을 뚫고 휘감긴 머리카락, 거울의 그 모습을 경악하며 보는 자신. 자기의 신체가 어느덧 자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때 느끼는 두려움. '자기 살해'라는 공포가 극단을 치닫는다.
아시베 유호의 '데이모스의 신부', 아키노 마쓰리의 '펫숍 오브 호러즈', 가와하라 유미코 '나만의 천사' 등이 심리적 공포를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들이다. 요즘 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여름 한국영화가 택한 장르도 바로 공포. '스크림'을 대히트 시킨 90년대 미국의 호러무비붐이 한국에 상륙한 것.
개봉되는 공포영화만도 5편. '해변으로 가다''하피''가위''공포택시''찍히면 죽는다'. 과거 모든 연령층에 두루 공포감을 준 '월하의 공동묘지'식이 아닌 신세대를 위한 호러가 대부분.
허승준감독의 '공포택시'는 '피로 가는 택시'가 컨셉이다. 서울의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귀신택시, 그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핏빛 사연들. 장미를 사들고 프로포즈하러 가던 한 남자가 교통사고로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간다. 그리고 49일 후. 그 남자는 택시와 함께 부활한다.
'공포택시'는 공포에 웃음을 섞은 감각적 호러영화. 순수미술 전공에 재즈 음악 컬럼니스트이기도 한 신예 허승준 감독의 독특한 영상감각이 기대되는 작품.
'찍히면 죽는다'는 '팝콘 호러'. 잔혹함과 혐오감 보다는 스릴러의 긴장과 유쾌함에 승부수를 던진다. 인적이 끊긴 산장. 느닷없이 들이닥친 괴한이 친구의 온 몸을 난도질한다. 친구를 놀리기 위한 장난. 그러나 고장난 가짜 칼은 실제로 친구를 죽이고 만다. 일행은 시체를 불태운 후 파묻어 버린다. 2년 후 그때 일행들은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하나둘 죽어가는데….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와 극적 전개가 흡사하다.
金重基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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