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틀째 밤 워크힐 호텔

첫날 단체상봉에 이어 16일 개별상봉과 서울 나들이를 한 북측 이산가족 상봉단은 여전히 상봉의 기쁨과 흥분에 취해 서울에서의 둘쨋날 밤을 보냈다.

이날 밤 10시께 공식 환영만찬을 마치고 숙소인 쉐라톤 워커힐호텔로 돌아온 북측 상봉단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으나 가족상봉의 감격이 가시지 않은 듯 모두 밝은 표정들이었다.

북측가족들은 기자들이 '만찬은 어떠했느냐'고 묻자 미소띤 얼굴로 "잘됐다", "음식이 맛있었다"며 간단하게 답하고 객실로 곧바로 올라갔다.

객실로 올라간 북측 상봉단은 피곤함도 잊은 채 개별상봉시 남측 가족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꺼내보는가 하면 반세기만에 서울거리를 둘러본 소감과 가족과 나눈 얘기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호텔 직원들은 전했다.

하지만 일부 상봉단원들은 이틀후면 다시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객실로 오르던 북 계관시인 오영재(64)씨는 "사실상 내일이 마지막 날인데, 아쉽다. 50년간 쌓인 사연들을 어떻게 하루.이틀만에 다 말 할수 있겠느냐"며 "이산가족 만남의 정례화도 중요하지만 우선 전화나 편지의 상시교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워커힐호텔에는 밤늦도록 북측 상봉단을 만나려는 남측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북에서 온 이종사촌 오빠인 정춘모(63)씨를 찾아온 장윤진(33.경기도 수원시)씨는 "엄마가 TV를 통해 오빠가 다른 가족들과 상봉하는 모습을 보고 감격에 겨워 혈압이 올라가는 바람에 눕게 돼 엄마를 가장 많이 닮은 내가 대신 온 것"이라면서 여자속옷, 남방, 넥타이, 가요테이프, 아기 옷 등 선물보따리를 정씨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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