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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시행한달...엇갈리는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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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파업으로 대학병원들이 제기능을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자 암 수술 등 고난도 수술이 대구시내 중소병원과 동네의원에서까지 이뤄지고 있다. 종전에는 무차별로 대형병원으로만 환자가 몰리는 편중현상이 심각했으나, 새로운 흐름이 묵혀졌던 로컬 병의원의 전문인력 재가동, '전문병원' 체제 부상 등 긍정적 의료환경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외과계열로 전문화된 대구시내 병의원들에 암 수술환자까지 몰리는 것은 이들 병의원에 수술 집도 경험이 많은 여러 명의 외과전문의가 있는데다 충분한 수술 시설도 갖춰져 있기 때문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3명의 외과 전문의가 있는 ㄷ연합외과 경우, 24일에 60대 여성 담낭암 환자 수술이 집도됐다. 이 환자는 경북대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았으나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이 불가능하자 지난 22일 이 의원에 입원했다. 이 병원에서는 그 외에도 전공의 파업 이후 대장암.위장폐색.복막염 등 수십건의 수술이 이뤄졌다.

김상훈 원장은 "전공의 파업 이후 대학병원에서 수술받지 못한 환자들이 대거 몰려 고난도 암 수술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과 전문병원을 지향하고 있는 ㄱ병원 경우, 한달 5~10건이던 암 수술이 이달 들어서 부쩍 증가, 24일 하루에만 무려 5건이나 시행됐다. 수술 보조 전공의는 1명도 없지만 외과전문의만 5명이나 돼, 하루에도 여러 건의 수술이 가능하다고 병원측은 말했다.

이 병원 서태교 이사는 "병증에 관계 없이 모두 대학병원으로만 몰리던 현상이 이번 기회에 개선되고, 그 전단계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전문병원'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李鍾均기자

의약분업 본격시행이 한달여 지나면서 여러가지 미비점이 불거져, 앞으로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아과.내과.가정의학과.피부과 등 약 처방 위주의 진료과목 경우 분업 이후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입이 감소, 지원할 수 있는 수가체계 도입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처방 수입을 늘리기 위해 1주일에 한번쯤 오도록 해도 될 환자를 매일 오도록 해 진료비 수입을 늘려야 할 정도로 문제가 많아, 결국 환자들이 피해를 입을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약국 전문화와 전문 임상약사 양성 등도 필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진료과목별 전문약국제가 되면 모든 약국이 백화점식으로 약을 구비해야 하는 실현불가능한 현재 같은 상황이 해소될 수 있으며, 환자도 약 구하기에 쉽다는 것이다. 경북대 송정흡 교수는 "순환기내과 내분비 내과, 일반 외과 등 진료과목별 전문약국이 개설되면 약 구비 문제도 해결될 수 있고 투약 대기시간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투약 사고 방지 및 환자에 대한 복약 지도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임상약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의약이 분업된 뒤에는 약사가 투약 이후 환자 관리도 맡아야 하며, 병원 처방약에 익숙할 수 있도록 특별한 수련을 거친 약사를 배출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내 한 종합병원은 자체 조사에 의거, 처방 받은 환자의 3분의1가량이 약을 제대로 투약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의료계와 약계 일부에서는 서울지역 일부병원에서 시도하고 있는 약사의 병원 수련제도를 지역에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李鍾均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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