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결혼 풍속도-전문직 여성 높은 결혼 '벽'

"인물.학력 무엇하나 빠지는 게 없지만 나이가 많아서…"대학원을 졸업하고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모(36.여)씨. 지난 10년동안 많은 일을 해결했으나 자신의 결혼 문제는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다.

몇차례 맞선 자리에 나갔지만 상대는 대부분 40을 바라보는 중년. 김씨는 지난 추석연휴때 친지들의 눈총이 부담돼 절에서 참선을 하며 보냈다. "주위에서 독신주의자가 아니냐고 묻곤하지만 꼭 결혼하고 싶어요. 하지만 할 수가 없으니…"

일을 우선시하는 30대 고학력 미혼여성들인 '386처녀'들은 대중화된 대학교육을 받고 활발한 사회진출로 남녀평등을 실천한 첫 세대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사회적 인습은 이들이 넘기 힘든 벽이다. 20대를 숨가쁘게 보내고 30대에 이르러서야 짝을 찾아나서지만 이들을 반기는 남성은 거의 없다. 능력있는 386처녀의 눈높이에 맞는 남성은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외면하기 일쑤다.

"결혼시장에서 30대 초중반 전문직 여성들을 찾는 남성은 없어요. 비슷한 조건의 남성은 보다 젊은 여성을 원해 30대 전문직 여성들은 맞선기회조차 얻기 어렵습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구지사의 윤영일 팀장의 얘기다.

서울 명문대를 나온 김모(35.여)씨는 최근 모결혼정보회사에 회원등록을 하다 재혼남성과의 맞선도 감수해야한다는 직원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남자는 나이가 많아도 능력만 있으면 되나 여자는 나이 벽을 뛰어넘기가 어렵다는 것.

이에 따라 결혼정보회사에서 30대 전문직 여성들은 찬밥신세다. 대구의 한 결혼정보회사는 회원가입을 문의하는 30대 대졸 미혼여성이 한달 평균 500여명이나 되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회원으로 받지 않는다. 지난해 연말 배우자를 찾지 못해 가입비를 환불해준 30대 고학력 미혼여성이 80여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30대 미혼여성이 70년 2만8천301명에서 90년 18만6천45명, 95년 24만7천586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윤귀분 YWCA 사무총장은 "고학력 여성일수록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결혼을 서두르지 않아 혼기를 놓치기 쉽다"면서 "혼기를 놓치면 왜곡된 결혼시장 구조로 인해 배우자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혼 대신 독신을 선택하기도 하나 독신녀를 위한 사회적 여건이 마련돼 있지않다.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여자가 혼자 사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고 감수해야 할 불편도 적잖다.

영남대 사회학과 박승위교수는 "우리 남성들은 아직도 권위적이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속성을 보여 능력있는 배우자를 꺼리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386처녀들은 우리 여성의 사회적 역할변화를 주도한 개척자였다. 그러나 전통적 결혼관습이라는 덫에 걸린 희생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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