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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극장가 '풍요속의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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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이 많이 생기면 좋은 영화도 많이 상영하겠네요?"대구에 영화관(스크린)이 많이 생기면서 부쩍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다. 그동안 대구를 비껴 가는 좋은 영화를 볼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노(no)!"다.

3, 4년 전 대구 개봉관은 10여 개 남짓. 그러나 중앙시네마타운 5개관, 한일극장 7개관 등이 생기면서 현재는 26개관으로 두배이상 늘었다. 수치상으로는 국내 개봉되는 영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스크린이다. 그러나 좋은 영화를 외면하기는 예전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한달사이 서울에서 상영된 차이 밍량 감독의 '구멍',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포르노그래픽 어페어', '영상의 마술사'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필로우 북' 이 대구를 찾지 못했다. 또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키리쿠와 마녀', 저예산 디지털영화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도 대구에서는 볼 수 없었다.

반면 흥행작들은 3, 4개관을 차지하면서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버티칼 리미트'와 '왓 위민 원트'는 각각 4개관에서 상영중이다. 또 '쿠스코? 쿠스코!''패밀리맨''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미트 페어런츠'는 2개관씩을 차지하고 있다.특히 최근들어 메이저 배급사들이 단시간에 수익을 올리기 위해 라인업(개봉관수)을 늘이는 추세라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배급사가 흥행 영화 1편을 들고 '흔들면' 영화관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형세.

대형복합관인 메가플렉스 개념이 들어오면서 영화관람 환경도 많이 나빠졌다. 한 건물에 5~7개관씩 들어서다 보니 개별극장이 작아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 대형 영화도 150석~300석의 소극장에서 볼 수밖에 없어진 것이다.

대형 영화를 소극장에서 상영하게 되면서 정작 소극장에서 제맛을 내는 드라마 위주의 수작영화는 외면해 버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영화 마니아 이진이(30)씨는 "스크린만 늘었을 뿐 관객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서울의 '오손 웰즈 상영전'같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국내 개봉되는 영화는 웬만큼 다 볼 수 있어야 되지 않느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풍요속의 빈곤, 여전한 수작영화 외면에 대구지역관객들은 "극장이 늘면 뭐하노?"라고 허탈해 하고 있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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