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金대표 보수 끌어안기

민주당 김중권 대표가 2일 현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재향군인회를 직접 방문했다. 이 단체가 보안법 개정에 대한 여야 대표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안보초청 강연회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1천50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이날 강연에서 김 대표는 보안법 개정과 남북문제 등을 놓고 회원들과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안보청문회'를 방불케한 분위기 속에 김 대표는 차분한 논리로 이들에 대한 설득전을 펼쳤다. 최근 여권의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보안법 개정을 위해서는 이들을 비판적인 입장에 그대로 놓아두기보다 최소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보안법 개정 문제와 관련, 김 대표는 인권침해 소지와 시대상황의 변화 등을 주장하면서 개정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주제발표를 통해 "보안법이 제정 당시 입법취지와 달리 인권침해 소지가 있으며 상당부분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상훈 향군회장 등이 "보안법 개정은 시기상조"라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 전에 개정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고 묻자 "우리당은 보안법 개정을 서두르거나 조급해 하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보안법 개정은 여야와 국민 모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론을 통합한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는 개정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또 제주 4.3사건과 관련된 질문에는 "4.3사건이 남로당이라는 불순세력이 개입해 발생했다는 것은 천하 공지(公知)의 사실"이라면서도 "선량한 주민이 희생된데 대해서는 국가가 명예회복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정부의 대북정책 문제와 관련해 김 대표는 "현정부 대북전략을 상호주의로 수정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변화되도록 유도하기 위해 탄력적 적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속도조절논쟁이 있으나 이는 과거와 달리 남북대화가 여러 분야에서 진행돼 착시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서 이 단체 성격을 의식한 김 대표의 화해노력도 곳곳에서 보였다. 김 대표는 강연서두에 "오늘 처음 밝히는 것이지만 당초 어릴 적 꿈이 군인이었다"면서 "육사에 응시하기도 했지만 당시 잠안오는 약을 먹고 공부해 그 부작용 탓인지 신체검사에서 고혈압으로 낙방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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