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릴 성 싶잖은 책도 언젠가는 주인 나서는 법"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대구 남문시장 네거리 일대 헌책방 거리. '월계서점'을 하는 차석규(69)씨는 이 거리의 '대부' 격이다. 50년 가까이 책에 묻혀 산 덕분일까, 그의 얼굴은 젊은이처럼 맑았다.

차씨의 책 팔기 인연은 1951년에 맺어졌다.

'거창 양민학살'을 피해 대구로 옮겨 온 뒤 신문팔이를 시작으로 '삼천리' '신천지' 등 잡지를 팔아 고교와 대학을 마쳤다. 1954년 지금의 간판으로 이 거리에 헌 책방을 열었다.

가난했던 그 시절, 헌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당시 한국사회는 배고픔 만큼이나 인쇄물 기근에 시달렸다.

웬만한 읽을 거리는 뭐든 잘 팔렸다.

사람들은 새책과 헌책을 가리지 않았다.

책 한 권 값이 쌀 한 가마를 호가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책방 문이 열리기도 전에 문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서곤 했다.

그의 책방 앞에서 '아이스케키' 장사를 하던 이도 헌책방으로 전업했을 정도라니, 그 인기를 짐작하고도 남겠다. 그렇게 헌책방 거리가 형성됐다.

새 책 판매 쪽으로 잠시 '외도'를 한 적도 있지만, 차씨에게 역시 헌책방이 행복을 만들어 주는 공간이다. 느긋하게 책 고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도 즐겁다.

값 깎자는 손님과의 승강이도 싫은 것만은 아니다.

고서적을 맡기고 돌아서는 가난한 젊은이의 뒷모습에선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그가 들고 온 오래된 책은 옛 스승을 만난 듯한 행복감을 선사한다.

"돈을 벌려면 글쟁이와 책 장수는 안해야 한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차씨는 팔릴 성 싶잖은 책까지 선뜻 사들이고 있었다. "어떤 책이든 주인이 있는 법이지". 아마 이 말이 더 정답일 터이다.

그의 서점 안엔 온갖 소설 책과 '하이라이트' '정석' 등등의 머릿 이름을 가진 참고서들이 꽂혀 있다. '2-3반 아무개'라고 큼직히 씌어진 추억도 있었다.

대구에는 이곳 외에도 대구역 굴다리 밑, 시청 일대 등에 40여곳의 헌책방이 남아 있다.

조두진기자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6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수도권 집값 급등 문제를 비판하며 부동산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하였다. 그는 서울 ...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직원 실수로 약 38조 원 규모의 비트코인이 허공에서 생성되어 지급되는 초유의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 6...
20대 승마장 직원 A씨가 자신의 어머니뻘인 동료 B씨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22년부터 B씨를 다섯 차례...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 행사에서 여러 사고가 발생하며 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플로리다주에서는 이상 한파로 외래..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