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화이트칼라 이민 급증

이민(移民)은 흔히 자연스러운 세계인력의 배치라고 한다. 자기나라의 노동시장에 인력이 모자라면 어떤 나라건 이민의 문호를 개방하고 외국인근로자 등을 받아들이기 마련인 것이다.

백인 이민정책을 고수하던 호주가 유색인종에게도 이를 허용한 것은 인력시장 수요를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이민에 지극히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던 일본 역시 낮은 출산율로 노동력이 감소하자 최근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취한 것이 또다른 실례다. 우리나라의 이민역사는 1860년대로 올라간다.

러시아가 1860년 베이징(北京)조약을 통해 중국인이 살던 연해주를 강점한다. 러시아는 황무지 개간과 중국 견제라는 두가지 목적달성 차원에서 조선인의 이주가 필요하게 된 것이 직접 원인다. 그러나 이 시대의 이민성격은 유민(流民), 못살아서 밤새 도망치는 고향이탈 측면이 강했다고 한다.

조선정부 허가에 의한 공식적인 이민의 첫 장은 1902년에 열었다. 하와이 사탕수수재배협회와 노동계약을 맺고 이해 12월 제물포항을 떠나 다음해 1월13일 97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호놀롤루항에 도착, '한많고 설움많은'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최근 한국출신 이민자 가운데 화이트칼라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단순노동자 등 블루칼라 출신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고 교수.과학자.의사.회사경영자 등 화이트칼라 출신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 이민성격의 변화를 엿보게 한다. 대한제국말기나 일제강점기, 70년대 남미이민 등까지는 생존 이민이 주류였다면 지금은 삶의 질 향상을 생활이민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것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집권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지난해 11월에 한 대정부질문은 이런 현상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민자들이 새 삶의 터전을 찾아

나서는 근본적인 요인은 아무래도 우리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사회적인 부조리가 아닌가 싶다. 부정부패에 신물이 나고, 사교육비에 허리휘고, 구조조정에 직장을 잃는 등의 스트레스가 이 나라에 살아야 한다는 희망을 빼앗은 것이 아닐까? 지난해 이민자 1만5천명중 30, 40대가 대부분이라는 집계이고 보면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교수나 의사 등 전문직종의 이민은 두뇌인력 유출이어서 '두뇌공백'도 걱정스럽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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