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간 게놈프로젝트-(3)인간유전자와 배아복제

지금까지 학설과 달리 인간 유전자가 4만개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가 발표됐다. 어떻게 만물의 영장이며 복잡한 사고와 이처럼 거대한 문명을 이뤄 놓은 사람의 전체 유전자가 보잘 것 없는 파리 유전자의 겨우 두 배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또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유전자가 핵 안에 있다고 해서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고 필요한 때에 단백질을 만들어야 세포에 필요한 유전자의 기능을 하게 된다. 어떤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이 어떤 기능을 하는가를 알아내는 것이 바로 인간게놈 프로젝트 이후에 해야 할 과제다. 생체 내에서 어떤 유전자의 기능을 알기 위해서는 그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보통보다 많은 양을 만들게 하는 유전자 이식 생쥐나 유전자가 완전히 없을 때 어떤 현상을 보이는 지를 알아보는 K·O(knock out)생쥐를 만들어 이용하게 된다.

미국 죤스홉킨스 의과대학의 한국인 과학자 이세진 박사가 하는 일을 예로 들어보자. 이 박사는 하바드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죤스홉킨스 의과대학을 졸업한 수재로 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관련된 중요한 유전자를 다량 발굴하였다. 자신이 발굴한 유전자를 하나씩 차례로 K·O생쥐를 만들어 기능을 밝혀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 중 하나가 마이오스태틴 유전자인데, 이 유전자가 없는 생쥐를 만들었더니 근육이 굉장히 발달된 마이티 마우스가 만들어져서 육체미 운동을 하는 사람과 농업분야에서 매우 큰 뉴스가 되었다. 실제로 그는 육체미 운동을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인데 육체미 운동을 해서 근육이 잘 발달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유전자의 차이가 있는 지를 알아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이 박사 본인은 키도 크지 않고 체격도 오히려 왜소한 편이라 그가 하는 일과 매우 대조적이다.

이러한 유전자 조작 생쥐의 경제적 가치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몇 가지 사례가 있다. 미국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대학이 최근 암 유전자 생쥐의 특허권을 파마시아제약사에 5천800만달러를 받고 팔았으며, 미국 엘리릴리 등 유명 제약사들도 비만, 치매 유전자를 지닌 생쥐를 2천만, 600만달러에 각각 사들였다. 생쥐 세 종류 값이 1천억원을 호가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전자 연구는 비단 사람의 질병 치료 뿐 아니라 주변의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생명공학 분야에서 유전자 연구와 함께 일반인의 관심을 끄는 것이 인간복제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1997년 스코틀랜드에서 277번의 시도 끝에 복제양 돌리가 탄생했다. 이후 인간복제에 대한 문제에 대해 찬반의 열띤 논쟁이 벌어졌으며 결국 작년 8월에 영국에서 먼저 인간 배아 복제 연구를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빠르면 실제로 2003년경에 복제인간이 탄생할 지도 모른다. 인간복제는 불임의 한 치료법으로 또는 장기이식을 위한 목적으로 시도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복제는 윤리적 문제뿐 아니라 기술적 위험성에 대한 지적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복제기술로 출생한 아이는 일찍 사망하거나 평생 장애인이 될 위험이 높다. 그 이유는 복제된 동물 가운데 95%가 임신 중 죽었으며 출생에 성공한 복제 동물도 대부분 출생 직후 죽거나 심각한 기형이 나타났다.

복제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복제에 사용되는 성숙한 세포의 기능이 이론상 차이가 없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수정을 통해 얻어진 배아세포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복제양 돌리의 경우 347개의 배아 가운데 유일하게 정상 성장을 해 출산에 이르렀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성공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의 복제는 양보다 훨씬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20여년 전 시험관 아기가 탄생했을 때도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인류의 큰 불행이라며 윤리 논쟁이 붙었지만 지금은 시험관 아기가 인류에게 많은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을 보면 결국 인간배아 복제 연구도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불치병을 치료하는 미래 의학의 주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문규교수 경북대의대 면역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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