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은 수교 11년째를 맞은 한·러 관계가 명실상부한 동반자 관계로 성숙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미국·일본과의 공조 강화 및 중국·러시아와의 우호친선관계 구축이라는 우리정부의 4강 외교 중 한축이 확고한 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방한으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와 11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 이어 최근 6개월 동안 세차례의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회담의 배경이나 의제와 관계없이 두 정상이 자주 만난다는 사실 그 자체도 한·러 양국이 과거 냉전시대의 거리감을 극복하고 새로운 협력관계를 열어나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특히 남북한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연결사업이 주요 의제가 된다는 점에서 남북한과 러시아간 '3각공조'의 기본틀이 마련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러시아와의 '불편했던' 관계를 청산하는데서 벗어나 러시아가 남북간 화해협력 및 교류확대의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할 수도 있게 된 상황으로까지 한·러 관계가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우선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적 교류협력이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기조에서 푸틴 대통령은 남북한이 합의하고 미국과 중국이 보장하는 우리 정부의 이른바 '2+2' 방식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방안에 대해서도 '이해'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왔지만 정전협정 당사자로서 미국과 중국의 특수지위를 양해함으로써 '2+2 체제'를 인정하는 대신 그로 인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과실을 추구하는게 현실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도 한반도에 중요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 중 하나"라면서 "러시아가 '2+2' 방식의 평화체제 구축방안을 양해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매우 중요한 외교적 성과"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한은 또 남북간 화해협력을 위해 러시아가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전기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을 방문한 뒤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뜻을 서방에 전함으로써 대량파괴무기 문제에 대한 평양측의 '진의'를 내보이는 계기를 만든 바 있다.
나아가 이번 방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4월 러시아 방문과 그에 이은 서울 답방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김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서울답방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는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이같은 기조하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한층 건설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1월 중국 상하이(上海)를 방문, 개혁·개방의 성과를 눈으로 확인한데 이어 4월 러시아를 방문, 푸틴 대통령과 만나는 것도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볼때 김 대통령의 내달 방미를 앞두고 이뤄지는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계기로 남북 화해협력을 항구적 평화체제로 발전시켜 한반도 새 질서를 열어나가려는 우리 정부의 4강외교에 시동이 걸리는 첫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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