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동서를 두고 최고 정치 지도자의 언행은 항상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돼 왔었다. 국민들은 지도자의 일거일동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미국의 국부인 조지 워싱턴이 소년 시절 도끼로 벗나무 한 그루를 자르고 자기 아버지께 정직하게 자백한 일화가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큰 교훈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사실만 보더라도 지도자 언행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마카오의 하오장(濠江)중학교를 방문한 중국 장쩌민(江澤民)주석이 느닷없이 기하(幾何)문제를 출제, 관심을 끌었다. 장 주석은 "나도 한때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어 선생님들과는 동업자였다"면서 "교사직은 매우 숭고한 것"이라 격려한 후 느닷없이 '임의의 오각별 도형을 그렸을 때 이 도형의 5개 외접원(外接圓)의 5개 교차점들이 동일한 원형 선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문제를 끄집어 냈다는 것이다.
장 주석의 이러한 기습적인 출제가 장 주석 자신이 말한것처럼 탐구정신을 부추기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노회한 정치인의 일과성 쇼맨십인지는 알수 없다. 다만 모처럼 방문한 중학교에 기껏 기념식수나 하고 학습 기자재나 기증하는 그런 류의 수준 낮은 것이 아니라 "중국대륙을 쥐고 흔드는 70고령의 나도 여전히 수학문제를 풀고 공부하는 학생일뿐"이라며 교사들을 품위있게 격려한 솜씨가 탁월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보면 장쩌민 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역대 정치지도자들의 탐구정신이 투철한(?) 탓인지는 몰라도 중국정부가 주관하는 국가 최고과학기술상의 상금이 500만위안(7억5천만원)이나 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노벨상금(12억원)에는 못미치지만 경제력이 앞서는 우리나라 한국 과학상금(5천만원)의 15배나 된다는 사실 하나에서도 중국지도자들의 호학호문(好學好文)하는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났다고나 할까.
아무튼 우리 지도자들이 "한 푼도 준 적도 받은 적도 없다"느니 "약속을 안지킨 적은 있어도 거짓말 한 적은 없다"는 등의 별로 감동스럽지 못한 발언을 하는 동안 저들은 탐구정신을 부추기고 교사들을 격려하며 중국의 앞날을 열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신경쓰인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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