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존 합의 준수해야 대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는 북한이 핵 및 미사일에 관한 미국과의 약속 파기 가능성을 경고한 데 대해 일단은 양국간 합의사항을 준수하면서 대북정책을 확정짓고 난 후 대화에 임하겠다는 느긋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1일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북 강경책을 펼 경우1994년 양국이 체결한 북한의 핵계획 동결에 관한 제네바 기본합의와 지난해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합의한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약속을 파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부시 행정부는 하루 후인 22일 이에 대한 첫 공식 반응으로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미국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문제를 여전히 우려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면서 이 문제가 '건설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천명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북한이 작년 10월12일 조 부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전 장관이 합의한 북-미 공동코뮈니케를 통해 "미사일회담이 계속되는 동안 모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다"고 한 약속의 준수를 촉구하고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른 경수로 건설사업이 진전되고 있음을 지적, 미국측도 약속을 지키고 있는 만큼 북한도 똑같이 따라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어 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정책을 검토중이며 새 정책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행정부와 북한간에 이뤄진 그간의 협상 및 결과를 토대로 해 수립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외무성 담화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그것(부시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경노선의 입장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으며 그것이 북한정권에 대한 실제적인 입장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북한에 대해 신중히 지켜봐야 할 정권이라고 말한 게 전부"라며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노선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미국측의 이러한 입장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지 겨우 1개월 남짓 지난 지금새 행정부의 북한정책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전반적인 정책이 수립될 때까지는양국이 기존에 합의한 사항들을 준수하는 선에서 현상을 유지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 외교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국무부는 물론이고 국방부와 백악관의 대북정책 실무팀이 전혀 짜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그러한 성명에 일일이 대응할 수도 없으며 따라서 기존의 합의를 지키는 수준에서 시간을 두고 대북정책을 궁리해 보겠다는 것이 새 행정부의 입장이라는 관측이다.

바우처 대변인은 그러나 이날 브리핑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방향에 대해 "북한의 행동에 변화가 나타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단계적 절차를 기대한다는 게 기본 전제"라고 못박아 북한의 태도변화가 있어야만 앞으로 대화가 열릴수 있을 것임을 천명했다.

미국측의 이러한 입장은 클린턴 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해온 새 공화당 행정부의 국가안보팀이 '단계적 접근'과 '철저한 상호주의' 등을 강조하는 등 강경자세를 고집할 경우 핵 및 미사일에 관한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경고한 북한측의 입장과 완전히 대치되는 것이다.

미국측은 그러나 북한측이 담화에 시사한 대로 미사일과 기본합의에 대해 협상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앞으로 시간을 두고 정책을 검토해 나가되 대외적인 선전성이 강한 이번의 담화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임을 내비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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