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사마귀보다 하나 더 많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클로프스. 하나 밖에 없는 눈이 이마 한가운데 붙은 거인이다. 그처럼 풍부한 상상의 세계에서가 아니라 우리의 가까운 곳에 키클로프스 같은 생물이 있다면? 최근에 밝혀진 사마귀는 다른 곤충처럼 소리를 내거나 소리에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 귀는 머리에 달려있지 않고 몸통 아래쪽에 달려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생각지 않은 장소에,그것도 하나뿐인 귀를 달고 있는 사마귀는 인간처럼 두 귀를 갖지 않고도 살아가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음파탐지기를 내장하고 있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을 예민하게 경고하며,그 위험신호로 인해 진보된 공중전 전략을 펼침으로써 위험에서 잽싸게 벗어난다.

그렇다면 두 귀를 늠름하게 가진 인간은 어떤가? 온갖 매스컴들을 통해 사정없이 밀려드는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두 귀를 활용하고 있던가? 시끌벅적 와글와글대는 소리,소리,소리들... 각종 소리들 때문에 엄청난 위협을 느끼지는 않았던가?

하나의 귀를 안으로 말아 넣어본다면 어떤 소리가 들릴까?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감동하고,분개하고,즐거워해야 할 때도 있으리라. 하지만 귀 하나쯤은 내 안으로 깊이 밀어넣을 필요도 있다는 것을 때론 느낀다. 도대체 나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무슨 소리를 내고 싶은 건지 먼저 탐색하고 걸러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밖에서 날아들어온 소리보다 어쩌면 내 안에서 곧 튀어나올 소리가 어떤 것인지에 더 귀를 세우는건 어떨까. 때로는 허공을 향해 외쳐대야 할 것일 수도 있을테고,때론 다시 속으로 밀어넣어야 할지도 모르며,어떤 이의 귀에 바짝 대고 소리쳐야 할 것일 수도 있다. 혹,어느 예민한 가슴에 상처를 주는 소리는 아닐까, 혹 소리낼 필요가 있음에도 침묵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들을 분별하도록 하나의 귀를 사용한다면 두 귀가 거추장스럽게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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