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첨단도시 탈바꿈 목소리 고조

중앙집중화의 심화와 함께 날로 퇴색해가고 있는 교육·문화도시로서의 대구의 위상을 IT시대에 맞춘 디지털문화산업의 육성으로 재정립하자는 바람이 일고 있다. 이같은 기운은 대구·경북지역에 산재해있는 풍부한 문화전통과 서울 이외 지역 가운데 가장 풍부한 IT인력이 역내에 포진하고 있는 현실이 맞아떨어지면서 충분히 21세기형 첨단도시로서의 위상정립이 가능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같은 기운은 민간기업들의 토종콘텐츠 개발붐과 대학들의 지역정보화 운동, 그리고 관계기관의 디지털문화산업박람회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해 디지털콘텐츠 국내시장의 규모가 그전해에 비해 60%이상 성장하여 4천106억원의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73% 이상 성장률이 점쳐지는 가운데 지역 IT기업들의 토종콘텐츠 개발은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닥터리키즈랩(대표 이현순)은 전래동화와 우리아이들의 정서에 맞춘 동화를 기반으로한 유아용 콘텐츠를 개발, 지역 유치원·어린이집 관계자들을 초빙한 가운데 시연회를 가져 호평을 받았다. 이현순 대표(계명문화대 교수)는 서울 등지로 콘텐츠 판매를 위한 순회 로드쇼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디컴·수로아트컴 등 벤처기업들은 삼국유사를 멀티미디어기술과 접합시킨 삼국유사테마파크를 제작한데 이어 디지털 삼국사기도 제작할 계획이어서 본격적인 역사물의 디지털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 정보화담당관실은 각각 '디지털 대구시사'와 '디지털 경북'의 콘텐츠 구축을 표방하고 나섰으며,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원장 박성봉)과 국제대학원(원장 권기호)은 지역한국학 정보화를 촉구하는 심포지엄을 통해 정보공유의 정신과 디지털문화산업육성에 대한 민관학의 관심을 공동촉구했다. 안동에 있는 국학연구원도 지난해 20억원을 투입하여 고서를 디지털로 입력시키는 작업에 돌입하여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대구시는 5월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체인지 유'(Change You)를 타이틀로 내건 2001 디지털문화산업박람회(DENPO 2001)를 열고, 지역의 문화산업을 활성화시키고, 국내 대표적인 디지털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넘어야할 산은 많고 많다. 대부분 풍부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학자들은 디지털마인드나 기술이 부족하고, 멀티미디어기술을 갖고 있는 업계에서는 콘텐츠가 부족하여 짝짓기가 원활하지 못한데다 대중적인 인식부족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종합무역센터 이영표 부장은 "산업기반의 미비, 전문인력의 부족, 낙후된 유통구조, 정보축적과 공유체계 미비, 취약한 수출지원체계, 열악한 창업 및 제작환경이 디지털문화도시로 탈바꿈하는데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한국 최초로 디지털영화산업사를 창립한 대구 키네코스팅 권용철 KDF대표는 "대구를 디지털영화산업의 메카로 만들자고 외쳤지만 아무도 돌아보지 않아서 타시도에 시장선점 기회를 줘버린 꼴"이라고 말했다. 권씨의 디지털영화기술에 대해서 '제2의 할리우드'를 꿈꾸는 캐나다 등지에서 "모든 것을 지원해줄테니 오기만 해달라"고 통사정할 정도이지만 정작 고향인 대구에서는 그를 활용해서 도시경쟁력을 높일 방안에 무관심하다.

"인력공급면에서 대구보다 여건이 나은 도시는 별로 없다"는 대구종합정보센터 박록 사장은 "서울 테헤란밸리의 잘나가는 벤처기업인의 절반 이상이 영남권 출신이다. 산·학·관이 합심하여 초보적인 기술 수준을 가진 IT인력의 전문성을 보강해주고, 지역에서 디지털관련업계나 학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면 무조건 대구를 떠나는 기업들을 대구로 U턴시키고, 디지털문화산업의 고장으로 우뚝 서게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고대문화에서부터 중세와 근대 정신문화를 선도했던 영남사림들이 남긴 문화 각종 유교문화, 역내에 분포해있는 서원, 향교, 고찰 등 문화콘텐츠로 개발할 원자료가 어느 곳보다 풍부한 곳이 바로 대구경북"이라는 경북대 이상규 교수(국어국문학)는 한시라도 빨리 디지털문화산업의 도시로 위상정립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박성용 영남대교수(정보통신)는 "최고 관리자의 디지털의식으로의 전환과 강력한 리더십이 지역의 디지털경쟁력을 높이는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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