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이야기-제11회 아르헨티나 대회

제11회 월드컵은 78년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큰 우려속에 시작됐다.대회 2년전 혁명으로 정권을 장악한 아르헨티나의 군사정부는 암살 등 엄청난 인권 유린을 자행해 많은 나라들이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개최를 반대했으나 FIFA는 대회를 승인했다.

한국은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에서 3승4무1패로 선전했으나 이란(6승1패)에 출전권을 넘겨줘야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작한 대회는 주최국 아르헨티나의 농간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1차리그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등 전력이 앞선 팀들과 1그룹에 포함된 아르헨티나는 광란의 응원을 펼치는 홈 관중들을 등에 업고 난폭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심판들은 관중들이 두려워 아르헨티나에 유리한 판정으로 일관했다.1차리그를 통과한 팀들은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폴란드, 서독, 오스트리아, 브라질, 페루, 네덜란드였다.

2차리그를 위한 조편성에서도 홈팀 아르헨티나의 입김은 강력한 작용을 했다. 지난 대회 우승과 준우승팀인 서독과 네덜란드,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를 1조에 편성 나머지 팀들을 묶은 2조에서 아르헨티나가 손쉽게 1위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2차리그 한경기를 남겨 놓고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함께 1승1무가 돼 위기를 맞았다. 아르헨티나의 군사정권은 이번에는 마지막 경기 상대인 페루를 돈으로 매수해 6대0으로 완승했고 폴란드를 3대0으로 물리친 브라질을 따돌리고 결승에 진출했다.

아르헨티나의 추악한 시나리오는 네덜란드와의 결승전에서도 나타났다. 네덜란드는 4년전 월드컵 2차리그에서 아르헨티나를 4대0으로 가볍게 눌러 이긴 팀으로 화려한 기술에다 투지까지 갖추고 있었다.

경기는 반칙으로 얼룩졌다. 승리에 눈이 먼 관중들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폭력적인 플레이를 환호했고 주심은 네덜란드에게만 전후반 50회가 넘는 파울을 선언했다.

네덜란드는 0대1로 뒤지던 후반 종료 5분을 남겨놓고 난닝가의 헤딩슛으로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발휘했으나 연장전에서 대회 득점왕에 오른 아르헨티나의 켐페스에게 결승골을 내주는 등 2골을 허용, 1대3으로 무너졌다.

이주녕(축구평론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