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옵서예". 대구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잠시 눈붙일 새도 없이 40여분만에 제주공항에 바퀴를 내린다. 승객들은 소금기 묻은 바닷공기를 마시며 마중나온 사람을 찾는다. 교통이 발달하기 전 옛날 제주는 뭍과의 교류래야 귀양 온 사람이 고작이었던 유배의 땅이었다. 섬사람들은 바다에 갇힌채 자기들만의 풍습과 말씨를 오롯이 지켜왔다. 그것이 제주에 오면 왠지 모를 신비감이 느껴지는 이유중 하나일까.
제주는 언제 찾아도 좋고 또 어디를 가도 뭍에서 온 관광객들을 감탄케 한다. 제주는 비수기가 따로 없지만 그러나 우선 찾아가기와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은 곳. 여행사 관계자들은 지금이 여름 휴가철이나 신혼여행객이 몰릴 때보다 좌석확보나 현지 관광일정 잡기가 수월할 것이라고 말한다. 마침 이달은 윤4월이 있어 신혼여행객이 크게 줄어들 전망인데다 섬축제도 열리고 있다.
제주에서도 봄이 가장 먼저 온다는 우도. 노란 유채꽃 끝물사이로 초여름이 성큼 다가선다. 서귀포나 중문단지의 애써 만든 이국 풍경과는 달리 토속 제주의 모습이다. 주민들은 대부분 반농반어. 땅콩, 보리, 마늘 등을 주로 재배하며 5, 6명씩 조를 이룬 해녀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30대의 젊은 해녀에서 60, 70대의 할머니 해녀들까지 거친 물살 헤치며 물질을 해낸다. 거무티티한 돌담과 잘익은 초록빛 보리가 바다의 푸른빛과 절묘한 색의 대비를 보여준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우도면 보건소에서 3년 동안 근무했던 대구사람 전경용(35)씨는 "제주의 본모습을 느끼기엔 우도만한 곳이 없다"며 "섬속의 섬 우도는 언제 들러도 빼놓을 수 없는 순수한 섬"이라고 자랑한다. 그는 추자도로 옮긴 후에도 우도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우도 선착장 옆에 있는 서빈백사장은 흰색 산호 모래가, 영일동 검멀레 해안은 쇳가루 같은 검은 모래가 펼쳐진다. 성산항에서 배를 타면 불과 15분 거리이다.
제주공항에서 30분거리에 있는 제주도 자연사박물관과 삼성혈. 사이좋게 나란히 이웃하고 있다. 자연사박물관은 제주도의 해양생물.식물, 제주사람 등의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안내한다. 모두 2천300여점의 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길이 4.5m의 대형 산갈치, 8m의 돌묵상어 표본이 전시관 초입을 장식한다.
박물관에서 5분거리인 삼성혈은 바로 제주 사람의 발상지. 공기가 좋은 곳에서만 자란다는 일엽초가 300년은 먹었음직한 녹나무에 촘촘히 붙어 있다. "삼성혈은 비가 와도 물이 안 고이고 눈이 와도 금방 녹아버린다"며 "자세히 보면 혈 주위의 나무들이 모두 인사라도 하듯 혈쪽으로 비스듬히 누워있다"고 예쁜 안내원이 막힘없이 설명한다. 이름을 묻자 그냥 "양씨가문의 규수"라며 빙긋 웃는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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