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C 거부 '나대로 족'

'지조있는 소수인가, 시대흐름에 뒤떨어진 낙오자들인가'.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휴대폰(Cellular Phone) 신용카드(Credit Card) 자동차(Car) 등 이른바 3C를 거부하는 '나대로족'이 늘고 있다.

공무원 곽모(35·대구시 수성구 매호동)씨는 지난해 말 휴대폰을 없애버렸다. 전국적으로 사용자가 2천600여만명에 이른다는 휴대폰을 버린 이유는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휴대폰 착신음 때문이었다. "휴대폰의 기계음이 마치 족쇄처럼 느껴져 마음이 불안하더군요. 휴대폰을 없애고 나니 생활에 한결 여유가 있어졌습니다". 요즘 곽씨는 일반전화를 사용하고, 자리를 비울 경우 동료에게 메모를 부탁하는 방법으로 휴대폰 공백을 해결하고 있다.

신용불량자 증가원인의 하나로 꼽히는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회사원 최모(28·대구시 남구 대명동)씨. 지난해 초 직장에 들어간 그는 입사동기들이 한사람당 3~5장씩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것과 달리 아직 카드를 만들지 않고 있다. 최씨는 "신용카드를 잘못 썼다 신세를 망쳤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며 "카드사들이 마치 신용카드를 써야 '현대인'인 것처럼 광고 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 카드를 발급받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이모(29·대구시 동구 서호동)씨는 자가용이 없어 걸어다니는 '뚜벅이족'이다. 자가용이 없어 불편한 게 많지만 '차를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할 정도로 주차난이 심각한데다 주차시비로 이웃끼리 드잡이질하는 모습을 보고 자가용을 갖겠다는 마음을 버렸다. 이씨는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걱정하는 친구들을 보면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가용이 없어 요즘처럼 속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북대 사회학과 노진철 교수는 "정보전달, 편의성, 속도를 자랑하는 3C를 거부하는 일부의 흐름은 소비주의적 유행을 거부하고 과학문명에 함몰해가는 인간성을 되찾으려는 작은 몸짓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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