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경제左右 논쟁 할 때 됐다

경제정책을 놓고 여야가 뚜렷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번의 논쟁은 지금까지 빨갱이로 몰아붙이기 위한 색깔논쟁이나 이념논쟁과는 다른, 정책대결의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김만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벌개혁은 사실상 재벌해체이며 이는 부적절하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며 비판했다. 대신 재벌의 투명성 확보 등을 위주로 한 재벌발전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물론 여기에는 총액출자제한 폐지 등 여러가지 현안이 포함되어 있다.

여당은 즉각 논리적 반격을 했다. 재벌 개혁의 기조는 유지돼야하고 출자총액제한 제도나 30그룹 지정제도는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상당기간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여야 간 이러한 토론을 보면서 이제야 겨우 정치가 진정한 토론의 장으로 들어왔구나 하는 느낌을 갖는다. 지금까지 우리는 토론의 정치보다는 힘의 정치만 보아왔고 또 대안의 정치보다는 비판의 정치만 보아왔기에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이번 논쟁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1박2일로 합숙 토론회까지 갖기로 했다는 점에서 발전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비록 이번 모임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해도 괜찮다. 여야가 결국은 자기의 정책에 책임을 져야하기에 바로 우리가 바라는 책임정치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논쟁에서 야당은 여당의 정책을 사회주의적이라고 했다. 경제연구소인 자유기업원은 좌파(左派)적이라고 했다. 여기에 여권도 당당히 부정하든지 아니면 나름대로의 스펙트럼을 규정하여 떳떳이 정책대결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본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 정도의 논쟁은 할 수 있는 수준은 되었기 때문이다. 좌파나 사회주의라면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시대는 지나갔다. 좌파의 가치인 평등도 우파의 가치인 자유 못지 않은 평가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한국적 제3의 길이 나와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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