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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준칼럼-미국의 신전략과 한미동맹

미 국무부 아미티지 부장관이 얼마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의 신전략의 틀을 전달했다. 우리는 이 개념의 참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미국과 전략적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 동맹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아미티지가 발표한 전략개념의 내용은 핵 및 미사일의 비확산, 대(對)확산과 아시아 중시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미사일방어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이 이행되면 아태지역에는 미.중간의 세력다툼이 심화될 것이다. 한국은 이 강대국들간의 각축속에서도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핵무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건설적 협조를 얻어내는 외교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신 부시행정부는 대량파괴 무기의 비확산(non-proliferation)과 대(對) 확산(counter-proliferation)을 신세계전략의 초점으로 삼고 이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미사일 방어(MD)체제를 계획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1991년 구 부시행정부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을 막기 위해서 시도했던 걸프전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승리했으나 아직도 이라크와 기타 '불량국가'들에 의한 핵무기, 미사일 및 생화학무기의 확산을 방지하지 못하고 있다. 1980년대말 유럽에서 소련 및 기타 공산체제가 붕괴하고 그 결과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에는 초점이 흐려졌다. 공산주의 확대를 봉쇄한다는 세계전략이 더 이상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에서 신 부시행정부는 대량파괴 무기의 확산을 억제하는 것을 세계전략의 중심으로 간주하고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미사일방어계획을 관철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구 소련이 미국과 핵대결을 했던 냉전기에는 핵무기 사용을 억지하고 공산주의 세력을 봉쇄하는 것이 미국외교정책의 황금률이었다. 당시 소련이 미국에 선제적인 핵공격을 하더라도 미국은 소련을 격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에 양측은 이른바 '상호파괴확신'(MAD)을 가졌고 이 때문에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취약해진 러시아가 미국에 핵공격을 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그 대신 새로 부상하는 핵보유국들과 '불량국'들이 핵과 미사일로 테러행위를 할 위험은 증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들이 비확산규범을 지키게 하고, 새로운 무기개발 및 배치를 억제하는 대(對)확산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전통적인 핵억지(deterrence)에 더하여 미사일 방어(defence)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의 비확산과 대확산을 성취하기 위해서 미국은 국가미사일방어(NMD)를 추진해오다가 최근 이를 미사일 방어(MD)로 전환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NMD를 배치한다면 적국을 공격할 수 있는 창도 갖고, 또 자기를 방어할 수 있는 방패도 갖게 된다. 여기서 소외된 유럽동맹국들이 이에 반발하자 미국은 동맹국들도 보호할 수 있는 MD계획을 공동으로 개발하자고 하면서 지지와 이해를 동원하고 있다. 그런데 1972년에 미국은 구 소련과 이같은 무기의 배치를 양국의 수도 방위 정도로 제한키로한 요격미사일조약(ABM)을 체결한 바 있다. 러시아는 이 조약을 보존하기 위해서 MD에 반대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 핵무기를 일방적으로 감축할 것을 선언했다. 푸틴대통령은 미국과 협상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MD가 배치되면 미국을 요격할 수 있는 20여기의 탄도미사일이 무용지물이 될 것을 두려워해 적극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아태지역에서 북한, 파키스탄, 인도 및 중국이 핵 및 미사일을 확산시키고 있고, 대만해협과 한반도에서는 전쟁 위협이 상존하므로 군사전략의 중심을 유럽에서 이 지역으로 이전시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무엇보다도 미중간의 세력다툼과 군비경쟁이 가열될 것이다. 이 와중에 한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지하고 핵 및 미사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한미동맹을 중장기적으로 재정의하고,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는 외교를 펼쳐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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