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김선생님, 참으로 그립습니다

그저께는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정부에서는 범사회적으로 스승 존경 확산운동을 하고 있다는데도 무언가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 허전했습니다.

김 선생님! 오늘 따라 당신의 모습이 더욱 그리운 것은, 선생님께서 평생을 바쳐 쌓아올린 상아탑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참담함이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이 교단을 떠나기 전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수요자 중심 교육을 구현한다며 교육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경제논리와 일부 시민단체의 큰 목소리를 명분삼아 교육에 대한 넓은 안목과 열정을 가지신 원로 선생님을 정년단축으로 교단을 떠나 보낼 때, 이미 오늘의 교육황폐화 현상을 어느 정도 예견하지 않았습니까? 국가경쟁력은 교육경쟁력과 직결된다고 하면서도, 신바람나게 가르칠 수 있는 교육환경은 고사하고 이토록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으니, 이로 인한 학생들의 저하된 학력은 도대체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겁니까?

이럴 때마다 '수업제일주의'를 목표로 흐르는 비지땀 손수건으로 훔치시며 열정적으로 수업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더욱 눈에 어립니다. 그때는 학력저하란 말은 듣기 힘들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심지어 올해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들조차 기초학력이 부족해 고등학교 과정을 재학습해야 할 지경이라니, 참으로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의 교육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아니고, 교수학습 방법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수렴하고 교권을 존중하면서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김 선생님의 열정적인 목소리가 오늘따라 더욱 듣고 싶은 것입니다. 누가 뭐래도 학교가 학생들에게 희망을 줄 때, 비로소 조국의 미래도 기약할 수 있을 테니까요.

존경하는 김 선생님! 다시 만날 땐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 보따리 풀어놓으며, 우리 정겨운 술 한 잔 나눕시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대구중앙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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