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쇼펜하우어의 충고

얼마전 중국 고도의 서안(西安)을 여행한 적이 있다. 일행과 함께 서안에 도착, 함양박물관을 둘러보고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기다릴 때 였다. 유럽인으로 보이는 관광객 여러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한 무리의 동양인들이 복도에서 우르르 몰려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우리는 안중에도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었다. 나는 서양인과 함께 그 사람들에게 떠밀리어 엘리베이터를 탔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서양인들도 눈이 둥그래지면서 놀라는 표정이었다. 마음속으로 일본인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는 우리말이 크게 울려 퍼졌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너무나 부끄러웠다.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었다. 내릴 때도 질서는 없었다. 우리 일행을 안내한 가이드는 중국을 방문하는 각국 사람들 중 유럽인과 일본인들이 가장 예의가 바르다고 한다. 가이드는 한국인은 너무 이기적이고, '빨리빨리' 문화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상점에서 물건값을 깎는 것을 보면 가관이라고 말했다. 나도 중국에서는 물건값을 무조건 깎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에게 물건값을 미리 올려 부르는데 습관이 되었다고 한다. 박물관에서도 과자를 먹고, 소란을 피우고 관람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도 대부분 한국인들이라고 한다. 몇몇 사람들 때문에 전체의 이미지가 흐려지는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긍지를 가져온 우리나라 사람들 중 예의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 친절하고 예의바르며 자신보다 남을 위할 줄 알 때 비로소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어느 민족에게나 예(禮)는 힘의 원천이며 인간이 되게 하는 철학인 것이다. '열이 초를 녹이듯 예의(禮儀)바름은 상대방을 부드럽게 만든다'고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한지공예가.대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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