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UR 10년. 농촌 절망만 깊어졌다

우루과이 라운드(UR) 폭풍이 한반도를 위기감 속으로 몰아 넣었던 지 10년. 그 세월을 지내면서 많은 시민들은 그런 일이 있었던지 조차 잊어갈 즈음, 지금에 와서야 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태풍이 돼 우리 농업을 휩쓸고 있다.

그걸 이겨내도록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100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 붓기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째. 그러나 UR의 위력은 기반이 약한 우리 농촌을 그냥 두지 않았다. 쏟아부은 돈들은 어디갔는지 각종 농업수치들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농민 1천9명을 대상으로 조사, 최근 발표한 2000년도 농업인 의식구조를 분석한 결과 농촌생활이 좋아졌다는 대답은 전체의 15.1%에 불과했다. 이는 1993년(50.3%)부터 낮아지다가 이번 조사에서 최저치를 기록한 것.

악화일로의 우리 농촌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농가소득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UR협상이 시작되던 1986년 연 599만원으로 도시근로자 소득(568만원)을 앞서던 농가소득은 이듬해 역전됐고 1999년에는 농가소득 2천232만원, 도시근로자 소득 2천669만원으로 점차 벌어졌다.

처음엔 100~200만원 차이였지만 400~500만원으로 벌어졌고 반전된 적은 없다.

반면 부채는 눈덩이처럼 늘었다. 1987년 239만원이던 농가부채는 1996년 1천173만원에서 1999년 1천853만원, 2000년에는 2천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럼에도 물가상승과 교육비 부담 등으로 가계지출은 도시와 농촌이 똑같아 1999년 한해 도시가 1천768만원, 농촌은 1천712만원을 기록했다.

게다가 UR로 외국 농산물이 물밀듯 쏟아지자 우리 농산물은 설 땅이 없어졌다.

1996년(109억4천만달러)까지 늘기만 하던 농산물 수입은 IMF로 한때 주춤해 1998년(64억달러)에는 감소했지만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해 84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입 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지배하니 자연 식량자급율도 하락행진이다.

1965년 93.9%였던 식량 자급율는 1980년 56%, 1990년 43.1%에서 1998년 31.4%, 1999년 29.4%, 2000년 28.4%로 끝없이 추락해 21세기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니 농촌떠나기가 계속돼 농촌인구도 1985년 852만명에서 1999년에는 421만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농촌에는 이제 노인들만 남아 60세이상 농촌인구가 1985년 117만명에서 1999년에는 135만명으로 늘어나 농민 3명중 1명(32%)이 노인이다.

결국 농촌 지키기가 노인들의 손에 달려있는 셈.

이번 농촌연구원조사에서 농사에 대한 만족도가 10명중 1명꼴(12.6%)에 불과했다. 자녀들에게 농사를 물려주겠다는 응답자 역시 3.5%에 그쳤다. 1999년부터 협상이 시작된 뉴라운드를 출범시키기 위해 앞으로 농산물 수출국의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우리 농촌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경북대 농촌경제학과 이호철교수는 "그동안 농업분야에 지속적인 투자가 안됐고 사회, 교육 등 농촌에 대한 균형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은데다 경제난의 후유증까지 이제 나타나 농촌경제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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