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꼬리로 여겼던 중국이 용틀임하면서 휘젓고 있습니다".세계 섬유시장을 잠식하는 중국의 기세가 점점 드세지고 있다.
'저가품 대량생산'체제를 넘어서 섬유품질 향상을 위한 기반시설에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있다. 중저가 섬유제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 일본, 대만 업계가 생존위협을 느낄 정도다.
중국의 파상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 대만 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신소재 개발' '첨단제품 생산' '정부 및 지자체 지원' '마케팅 강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지역 섬유업계는 생존전략과 장기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발등의 불' 앞에서 허둥대고 있다.
지난 18일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합섬직물대표회의'에서 드러난 중국의 섬유산업 실상과 한국.일본.대만의 대응전략을 살펴본다.
中 5개년 계획 수립
수출시장 석권 야심
▨중국의 급부상=풍부한 자본과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섬유산업은 최근 3, 4년사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8년 5억3천921만1천달러이던 합섬장섬유직물 수출실적이 지난 99년 5억6천211만1천달러, 지난해 10억242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수출실적은 전년 대비 78.3% 증가했고 물량면에서도 49% 늘어난 셈이다.
대만사직공업협동공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중국 내수용 합섬장섬유직물이 공급과잉상태로 돌아서 앞으로 수출량은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올해를 '방직산업발전 5개년계획'(十五計劃) 원년으로 삼고, 향후 5년동안 합섬장섬유직기 3만대를 포함한 새 직기 10만대를 증설할 방침이다. 이럴 경우 중국은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품질경쟁력면에서도 한국.일본.대만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日.대만업계 필사 대응
고부가 제품 생산 주력
▨일본.대만 섬유업계 현실과 대응전략=직물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북륙산지 경기현황을 보면, 지난해 가을 이후 직물생산량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다 수입품 급증으로 내수경기도 악화되고 있다.
북륙산지 직물생산량은 지난 1월이 전년 대비 1.9% 감소했고, 2월이 4.7% 줄었으며 지난해말 현재 일본 국내 공급의류 35억8천점중 수입품이 30억7천만점을 차지한데다 전체 공급의류중 3분의 1이 불량재고인 상태다.
일본 봉제업계의 공동화(空洞化) 현상도 심각해 매년 미싱설치 대수가 10%씩 감소하고 있으며 국내 봉제품 출하량도 올해 3개월간 전년 대비 11% 줄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본 섬유업계는 품질경쟁력과 정부지원에 힘입어 섬유산업의 장기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대(對) 중국관계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일본의 대응전략으로 업계는 '첨단 교직제품 개발', 정부 및 지자체는 섬유업체 기금지원 등을 들 수 있다.
일본 직물업계는 최근 다품종 소량생산과 함께 기술력과 고자본을 투입한 고급 교직물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류용보다 산업용 섬유개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다른 나라가 생산하지 않는 신제품'이 업계의 최대 과제인 셈이다. 사카이 아키오(36) 후쿠이현직물조합 차장은 "우리는 중국을 경쟁상대로 삼는게 아니라 유럽 등 고품질 섬유업계 전반을 겨냥해 장기플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및 지자체는 지난해 각각 400억엔 가량의 산업활성화 기금을 출연, 섬유업계는 이 기금의 일부 이자를 활용해 신제품개발, 전시회 등에 사용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직물업계는 매년 국비와 지방비 등 6억엔 정도를 지원받고 있다.
중국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뒤진 대만 업계도 신소재 개발과 수출시장 다변화에 힘써고 있다.
지난해 대만 견직업 수출액은 25억6천달러로 전년 대비 14.4% 성장했으나 올해 1분기(1~3월) 수출 금액은 전년 동기보다 5% 감소했다. 주요 수출시장인 홍콩이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UAE가 10%정도여서 수출 대상국 다변화가 급선무라는게 업계의 진단.
대만업계의 대중국 전략은 '특수가공 직물생산' 및 '중국 현지진출' 등 크게 두가지이다. 대만 직물업체는 약 500여개. 이중 30~40% 가량이 '방수' '방염' '항균가공' 등 특수가공 생산에 매달리고 있다. 리리(LEALEA)그룹 계열 '리펑(LIPENG)산업'은 최근 3년사이 특수가공과 중국진출로 급성장한 업체다.
린원쭝 리펑산업 사장은 "중국과 가격 및 품질 경쟁을 벌일 경우 값싼 노동력과 대량의 기반시설을 투자하는 중국에 비해 불리하다"면서 "중국이 생산할 수 없는 특수가공 직물생산이 업계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중국진출도 활발해져 10년전 신발, 의류 등 완제품 생산업체에만 머물렀던 업계가 최근에는 원사, 직물생산업체의 20% 정도가 진출한 상태다.
'3년내 중국에 역전'위기
지역업계 생존전략'허둥'
▨대구 섬유업계의 대응과 방향=한국의 화섬직물수출실적은 지난 99년 33억7천343만3천달러에서 지난해 34억310만2천달러로 0.9% 증가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향세를 보이면서 올해 1분기의 경우 전년 동기보다 12%나 감소했다.
중국이 가격경쟁력은 물론 품질면에서도 향후 3년안에 한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게 업계 진단이다. 최근 대구지역 업계는 중국에서 수입해오던 인견사, 방적사, 화섬사에다 화섬원사인 DTY사까지 수입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지역 섬유업계는 '생존전략'을 찾지 못해 허둥대고 있다.
'중국과 같은 제품을 만들면 망하고, 중국이 따라올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도 마찬가지다'. 지역 업계에서는 3년전부터 이같은 조어(造語)가 유행했다.
장해준 대구경북견직물조합 상무는 "지역 업계가 중국 섬유업계 정보파악에 주력하면서 특수원사 개발 및 고품질 직물생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합섬직물업대표회의'에서는 원사-제직-염색 등 섬유제품 일괄공정체계를 고려한 업계마인드 구축, 시설투자, 신소재 및 특수가공직물 개발, 중국 섬유산업정보 파악 등이 섬유업계 생존전략으로 꼽혔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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